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의 코소보 평화안 수용으로 코소보 사태의
평화적 해결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

그러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유고의 평화안 수용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면서 평화안이 이행되리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공습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베오그라드를 방문한 EU 특사 마르티 아티사리 핀란드
대통령과 러시아 특사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전 총리와 회담을 가진 후 유고
관영 탄유그통신은 "유고는 유럽과 러시아의 최고위 사절들이 제시한
평화안을 받아들인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이 입수한 평화안 초안은 신속한 일정에 따른 코소보 주둔 유고군과
경찰, 준 군사조직의 "검증 가능한 전면 철수"를 골자로 하고 있다.

또 나토군을 비롯한 국제평화유지군 배치와 코소보 난민의 안전귀향 등도
포함돼 있다.

또 그동안 이견을 보였던 코소보 평화유지군의 지휘체계에 대해 이날
합의가 이뤄진데다가 나토군 대표들이 며칠안에 유고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와 코소보 평화안 이행 문제 논의간 조만간 본격화될
것이라는 추축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유고연방이 핵심 쟁점에서 대폭 양보하면서까지 평화안을 전격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지난 72일간의 전투결과 전 국토가 괴멸상태에 이른
등 더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평화적 노력이 실패로 끝날 경우 지상군을 투입
하겠다고 압박작전을 펼친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또 유일한 우방인 러시아가 평화안 마련에 깊숙히 개입해 유고로선 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도 작용했다.

그러나 유고의 평화안 수용은 코소보사태 해결의 첫 걸음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유고군의 완전 철수,나토의 공습 중단,난민문제 해결 등 거쳐야 할 절차들
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데이비드 리비 대변인은 "마르티 아티사리 핀란드
대통령으로부터 이에 관한 정보를 직접 듣기를 바라고 있다"며 "협상의
진전 상황을 완전 파악할때까지 판단을 유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