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발표할 예정이었던 검사장급 이상 검찰간부 인사가 연기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김대중 대통령이 인사안을 결재할 시간을 낼수 없어
인사를 부득이 연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내부에서 사표를 거부하는 등 일종의 "갈등"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박순용 검찰총장과 사법시험 동기인 사시8회 검사장 가운데 일부가 사표
제출을 거부, 인사를 하지 못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내부정리가 아직 안된 상태지만 빠르면 5일께 인사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혀 인사가 큰 진통을 겪고 있음을 확인했다.

위계질서를 생명으로 하는 검찰조직에 "이변"이 생긴 것이다.

검찰은 올해초 심재륜 고검장의 항명파동에 이어 이번엔 인사파동까지
빚어져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됐다.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통해 검찰조직을 쇄신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음
은 말할 것도 없다.

박 총장과 동기인 안강민 검사장 등 사시8회 7명은 지난 3일 박 총장과 저녁
모임을 갖고 5명이 용퇴키로 의견을 모았었다.

이 자리에서 일부 반발이 있었지만 박 총장이 자유롭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토록 퇴진하자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4일에도 모임을 갖고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나 인사가 예정된 이날까지 L모 검사장 등 2명이 사표를 제출하지 않아
인사는 불발로 끝났다.

이들은 "내가 물러나야 할 이유가 없다"며 사표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
로 알려졌다.

검찰수뇌부는 이들을 설득하고 있으나 반발이 심해 인사가 다음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인사가 연기될 경우 이미 사표를 제출한 검사장들의 반발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자신만 희생양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검찰은 큰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그야말로 내부분열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인사연기에는 김태정 법무부장관의 거취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
고 있다.

청와대가 김 장관을 그대로 둘 경우 정권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여론을
다시한번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즉 법무장관을 교체한 뒤 검찰인사를 하겠다는 의도가 이니냐는 것이다.

이날 하루종일 김 장관의 행방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도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검찰고위간부에 대한 인사연기 소식을 들은 일선검사들은 크게 술렁이며 사
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특히 올해초 검사항명 파동을 주동한 서울지검 소장검사들은 대책마련에 나
서는 등 검찰내부가 바삐 돌아가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검찰총장과 법무부 교정국장을 제외한 검사장급 이상 검찰간
부 39명을 모두 자리바꿈하는 검찰사상 최대규모의 인사를 단행할 예정
이었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법무부/검찰 주요 간부 ]

<> 8회 : <>박순용 검찰총장
<>최경원 법무차관
<>김수장 서울지검장
<>이재신 수원"
<>이광수 청주"
<>전용태 대구"
<>유재성 부산"
<>안강민 대검형사부장

<> 9회 : <>강신욱 인천지검장
<>이태창 광주"
<>신승남 법무부 검찰국장

<> 10회 : <>박주환 대전지검장
<>주선회 울산"
<>송인준 창원"
<>한광수 제주"

<> 11회 : <>김영철 법무부 법무실장
<>김경한 법무부 교정국장
<>이명재 대검 중수부장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
<>제갈융우 대검 공판송무부장

<> 12회 : <>조준웅 춘천지검장
<>이종찬 전주"
<>김각영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신광옥 법무부 보호국장
<>한부환 대검 총무부장
<>임휘윤 대검 강력부장
<>김승규 대검 감찰부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