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부담하는 각종 준조세를 덜어주어야 한다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정부도 이에 공감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준조세를 축소하겠다고 다짐했고
그 결과 일부가 없어지거나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감사원의 자문기구인 부정방지대책위원회가 어제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기업들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준조세 부담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를 줄이
려는 정부의 노력은 별 실효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정방지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1월 한국조세연구원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밝힌 기업들의 준조세 규모는 연평균 12조2천억원이다.

더욱이 중소기업들이 지난 96년에 부담한 준조세는 업체당 평균 9천4백94만
원으로 같은 기간에 이들이 지출한 연구개발비의 1백16.5%, 법인세의 1백3.6%
나 된다.

이들의 평균 준조세는 87년 4천47만9천원에서 90년 4천4백80만9천원, 93년
5천5백97만1천원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조사에서도 금융업을 제외한 5백99개 상장기업이
97년에 부담한 준조세 규모가 1조8천5백66억원으로 이들의 경상적자 1조2천억
원을 크게 웃돈다는 사실이 밝혀졌었다.

아무리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하더라도 너무 심하다고 아니 할 수 없다.

준조세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의 하나라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러고도 연구개발 투자를 등한시한다고 기업을 나무랄 수 있을까.

준조세를 성격별로 나누면 첫째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과 같은 사회복지성
부담금, 사업자단체 회비, 가스안전관리기금과 같은 기금, 교통유발 부담금
같은 수익자 부담금 등의 공과금이 있고 둘째 장학금 재해연금 학술단체나
사회단체에의 기부금 불우이웃돕기성금 등의 기부금이 있다.

물론 이 중에는 필수불가결한 것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목적과 징수근거가 그럴 듯 해도 기업들이 흔쾌하게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준조세를 개선하려면 부정방지대책위원회의 건의대로 부담금관리기본법을
만들어 일일이 손으로 꼽기에도 복잡한 현재의 준조세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징수에서부터 사용에 이르는 과정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법정 부담금이라 하더라도 액수가 많은 것은 줄이고 조세의 성격이 강한
것은 세금으로 전환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 준조세 중에는 지출내역이나 과정을 밝히기 어려운 부패와 관련된 것들도
적지 않다.

이는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데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기업이 울며겨자먹기로 부담하는 준조세를 과감하게 축소하는 일이 바로
개혁이다.

음성적인 정치자금도 그 중 하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