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을 좇아 "환경의 날"(6월5일)을 다시 맞게 된다.

올해는 20세기 마지막 해로 1년 후면 21세기,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천년을
시작하는 환경의 날이라, 지금은 뒤를 돌아보고 옷매무새를 고치는 엄숙함이
있어야 한다.

인류문명사는 어떻게 보면 1950년대까지는 자연자원과 자연의 정화능력
한계성을 인식치 못하고 오로지 인류번영만을 위해 줄곧 달려왔다.

경제선진국들은 60년대초부터 인류의 서식지로 "하나뿐인 지구"의 한계성을
알게 되고 지구환경보전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구환경문제 해결의 첫 걸음은 인구증가의 조절과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이 점에서 우리의 성장궤적은 옳았음을 알게 된다.

문제는 "우리 강산은 우리가 깨끗이 지킨다"는 자연발생적인 국민의식이
자리잡기도 전에 외국으로부터의 환경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에 차분히 대응하는 자세를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 때 세번의 물파동을 겪으면서, 민주화의 물결과 함께 시민
환경운동이 본격화되고, 정부의 환경청이 환경부로까지 격상되는 등 환경정책
은 계속 강화되었다.

또 역대 대통령은 친 환경대통령임을 선언하는 등 환경비전도 거듭 개선됐다

그러나 주부가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처럼 환경인들은 정부의 환경정책이
점점 낙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물론 그간 정부 환경정책에 발전이 없었다고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인들이 거시적으로 비교해 볼 때 우리가 마땅히 성취했어야 할 목표보다
는 아직 뒤져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낙후감은 더욱 커지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국민의 정부 1년, 환경정책을 평가한다"는 특집을 낸 어느 환경전문지의
기고내용을 보면 이같은 면이 생생히 드러난다.

정부당국자는 IMF 구제금융이라는 경제위기를 맞아 어려운 나라살림에서도
환경예산 확충에 노력했고 또 환경보전 노력의 성과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전문가들의 글도 많다.

환경비용은 기업으로서는 추가적인 비용임에 틀림없다.

이 추가비용을 필수적인 생산비용이라는 인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환경규제
를 어겼을 때 상상할 수 없는 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야
만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를 못본체 하거나, 아니면 부정의 너울에 가리워
졌다.

정의와 질서라는 기본이 결여된 탓에 환경오염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가장 인기있고 참여가 많은 의원활동이 환경포럼이지만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수준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지역개발사업에 있어서는 환경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다.

지금까지 국가개발경제를 주도해 온 경제관료들도 나라살림의 어려움을 들어
환경을 국가 우선순위에서 슬그머니 밀어 내린다.

이같은 경향은 IMF사태 이후 되살아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환경정책은 있어도 이를 뒷받침하는 기본은 아직 바로 서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제2의 건국은 별다른 것이 아니다.

제2의 건국이 후세가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면 우리는
자손들이 마음놓고 물을 마시고, 숨을 쉬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우리는 IMF사태로 하루아침에 국민소득이 3분의2로 떨어졌음을 경험했다.

그러나 우리는 GNP(국민총생산)라는 양적인 숫자가 생활의 목표가 아니라
생활의 질이 더욱 소중함을 이런 위기에서 깨닫게 되었다.

GNP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노숙자를 보살피고 실직의 고통을 나누는 등 행복
지수는 높일 수 있음을 알지 않았는가.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자식을 계속 교육시키듯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가짐, 이것이 바로 환경을 바라보는 기본자세이다.

그리고 환경은 21세기에 인류가 두고두고 해결해야 할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다.

기본자료가 없으면 환경문제는 해결하기 힘들고 효율적이지 못하다.

인기에 영합하는 즉흥적인 환경정책보다는 차분히 새 세기에 대비하여 투자
를 시작하는 것이 환경정책의 기본이다.

철저한 기초자료의 축적과 사전조사라는 기본이 바로 서지 못한 채 시화호가
만들어졌다.

앞으로 제2, 제3의 시화호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환경예산의 적어도 10%는
환경기본조사 및 연구에 인내를 갖고 투입하는 것이 옳다.

환경의 날에, 환경행사에 참여하여 시민의 인기를 얻고 환경보전의식을
확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백년대계로 환경의 기본문제를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의 리더가 우리
에게는 더욱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단절되지 않고 계속 발전할 수 있는 환경행정이 이루어질
때 문화국가가 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