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최근 발표한 "뉴라운드 준비와 우리의 입장"
이라는 대책안은 21세기의 새로운 세계무역질서를 결정하게 될 세계무역기구
(WTO) 뉴라운드협상을 앞두고 처음 공표된 정부의 공식입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대책안의 골자는 전자상거래의 무관세화안에 원칙적으로 동조하고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해선 다른 의제들과 함께 포괄적으로 다루는 일괄수락방식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공산품관세인하와 환경문제 등도 협상의제에 포함돼야 한다는
공식입장을 정리했다.

뉴라운드에는 한국에 파괴적인 영향을 줄수도 있는 의제들이 즐비하다.

협상의 세부 절차와 대상 등은 오는 11월30일 각료이사회에서 결정되겠지만
뉴라운드를 주도할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의 통상장관들이 지난달
중순 도쿄에 모여 이견을 조율함으로써 대충 가닥이 잡힌 상태다.

올해말부터 협상을 시작해 2003년에는 뉴라운드체제를 공식출범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제위기 극복에 정신을 쏟다보니 한국은 그동안 차분히
대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무대책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듯 통상교섭본부가 이번에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지만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7월 통상교섭본부에 설치된 대책반은 지금까지 몇차례 실무회의를
가졌을 뿐, 범정부 차원의 준비작업은 기대이하 수준이다.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위한 정책홍보, 민관공조체제는 아직 거론단계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입장이란 것도 과거에 흔히 그랬던 것처럼
어정쩡하게 중간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돼 있다.

다른게 있다면 미국의 전자상거래 무관세화 주장에 너무 쉽게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로서는 무관세화에 동참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지만 우리보다
기술면에서 앞서 있는 일본이나 EU 등이 무관세화에 반대하고 있는 이유를
너무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농산물 수입개방문제에 대해서도 농업보조금을 줄일 경우에 대비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수입국영제도 등에 대한 사전 입장정리가
있어야 할줄로 안다.

뉴라운드의 의제가 대부분 우리에게는 불리한 것들이지만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 협상력을 집중해야할 과제가 하나 있다.

바로 WTO의 반덤핑협정을 개정하는 일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이번 기회에 미국 EU 등의 반덤핑남발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짚고넘어가야 한다.

특히 부당한 반덤핑규제로 피해를 입을 경우 분쟁해결기구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장치를 반드시 마련토록 해야 한다.

일본 등에 비해 우리의 대응이 너무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통상
교섭본부의 대책안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 보다 실속있는
범정부적 대책이 조속히 수립돼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