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의 시각이 좋은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

뉴욕에 있는 한국경제연구원(KEI)의 피터 벡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한국경제
를 낙관하면서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만 착실하게 진행되면 우리나라가 곧
금융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본지와 가진 인터넷대담을 통해 한국및 세계경제 현안을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82년 설립된 KEI는 한국경제를 연구하면서 각종 국제 세미나를 개최
하고 있다.

인터넷대담을 요약한다.

< 정리=김수찬 국제부기자 ks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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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들은 경기가 작년 2.4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회복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해야 할게 있다.

지금 발표되고있는 지표는 지난해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때와 비교한
것이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

작년에 한국경제가 워낙 나빴기에 경제가 조금만 나아져도 지표는 매우
호전된 것으로 나올수 있다.

따라서 몇몇 지표만 보고 자만해서는 안된다"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는.

"금융과 기업부문에서 구조조정계획이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금융부문에서는 더욱 그렇다.

금융기관의 통폐합과 자금지원 등은 금융산업의 건전성 회복을 위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높은 수준의 부실채권에 시달리고 있다.

뉴브리지와 제일은행간 협상도 난항이다.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제금융계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다.

기업부문에서는 쌍용 등 일부 그룹은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삼성 등 5대 재벌은 미흡하다.

대우와 현대는 지난해 오히려 부채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은 최근 부채비율이 낮아졌다고 발표했으나 대부분 자산재평가를
통한 것이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뢰하지 않고 있다"

-빅딜과 관련해 정부의 개입은 바람직한 것인가.

"결자해지로 봐야 한다.

재벌 탄생에 정부가 상당부분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빅딜에서도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들로 하여금 핵심분야에 집중토록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경쟁력 없는 기업들간 빅딜은 생산과잉해소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빅딜은 이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의 여파로 실업사태가 심각하다.

"김대중 정부로선 가장 큰 골칫거리다.

어떤 나라든 다운사이징에는 고통이 뒤따른다.

특히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른 한국 근로자들에게 실직의 아픔은 더욱
크리라 본다.

그렇지만 정부가 실업자대책을 위한 공공지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고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어 보다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은 많이 줄어들었으나 러시아 등 몇몇 나라에는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는 것 같은데.

"중남미와 러시아에서는 금융위기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얼마전 국제금융연구원은 신흥시장에 대한 국제자금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며
신흥시장의 금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흥시장이라고 다같이 취급받는 건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는 개별 신흥시장에 대한 평가를 엄격히 구분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아시아 경제회복을 위한 일본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은 아시아경제회복을 위해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일본은 금융위기시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올해 일본이 플러스 성장을 할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일본 경기침체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일본과 유럽의 경제관계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일본의 침체에도 불구
하고 미국은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로 봤을때 아직 둔화의 기미를 발견하기 힘들다.

지난 1.4분기에도 4.1%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당초 예상은 3% 내외였으나 실제 성장률은 이렇게 높게 나왔다.

그렇다고 버블 징후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향후 예상되는 주식시장의 조정장세에 대해선 철저히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조정장세의 강도와 기간에 따라 한국경제의 회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은.

"중국과 미국이 오는 11월 시애틀에서 열리는 WTO 총회에서 최종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오폭과 중국의 미국 핵기술 절취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냉랭해지고 그에 따라 WTO 협상도 중단된 상태다.

그렇지만 조만간 다시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서로 감정이 격해 있는 양국이 다시 냉정을 되찾게 되면 서로에게
이익인 중국의 WTO 가입을 위한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WTO 가입과 함께 국제무역규정을 준수할 경우 중국은 국제무역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를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