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조폐공사 노조의 파업을 검찰이 유도했다는 진형구 대검공안부장
의 발언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김대중 정부가 도덕성에 큰 흠집을 입은 것은 물론 향후 정국
운영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노총이 이번 사태와 관련, 오는 11일 다시 파업에 들어가기로 하고
한국노총도 16일 예정대로 전면 파업에 돌입키로하는 등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조폐공사 노조도 지난해 단행했던 구조조정을 백지화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
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어렵게 진정됐던 노동계를 자극해 향후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 충격에 빠진 검찰 ="검찰이 파업을 유도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
지면서 검찰은 그야말로 쑥대밭 분위기로 변했다.

"옷 로비 의혹" 사건과 그에 따른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로 어수선한 터에
''파업 로비''라는 또한차례의 핵폭탄 공격을 받은 셈이다.

검찰은 이번 사태로 씻을 수 없는 권위손상을 입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불법파업을 막아야 할 검찰이 오히려 파업을 배후 조종했다는 것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일로 인해 사정기관으로서의 기강과 도덕성이 한꺼번에
무너졌다는 점이다.

검찰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향후 어떻게 검찰권을 행사할 것이며 어떻게 국민을 납득시킬수 있겠는가
하는 데 대해 검찰 수뇌부는 "더 이상 곤혹스러울 수 없다"는 표정이다.

특히 "검찰의 파업 유도"를 당시 검찰총장인 김 법무부장관이 알고 있었다는
점에 이르러서는 검찰 내부에서조차 ''갈 데까지 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
되고 있다.

일선 검사들은 검찰 최고 수뇌부가 사실상 노동계를 상대로 공작을 한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태를 검찰의 존립을 흔드는 사건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서둘러 이번 사건을 매듭짓겠다는 게 검찰 수뇌부의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대전고검장으로 승진해 부임을 앞둔 진 공안부장을 전격
해임했다.

박순용 검찰총장이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검찰 스스로 사태를 매듭지을 수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사건 자체가 워낙 상식밖이고 "메가톤급"이어서 그에 걸맞는 정부 차원의
후속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한 검찰의 위상은 회복되기 어렵다는게 검찰
주변의 일치된 견해다.

<> 노동계 반응 =노동계에선 "법질서를 지키는 사법당국이 노조의 파업을
유도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노동운동 말살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8일 발표한 성명서에 "고급옷 로비사건의 의혹도 확연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파렴치한 공작을 자행해 옥천조폐창 파업을
유도했다는 사실에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특별검사를 임명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총은 오는 16일부터 들어갈 총파업에서 당국의 불법행위에 대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조폐공사의 불법적인 구조조정및 원상회복 <>정리해고자
전원 복직 <>김대중 대통령의 사과및 재발방지 약속 등이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11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는 김태정 전 장관과 진형구 대검공안부장, 강희복 조폐공사 사장을
구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도 발표했다.

조폐공사 노동조합도 진상 파악과 강희복 사장의 퇴진, 조폐창 통합 백지화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포함해 전면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 시민단체반응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과거 군사정권 때나
있을 법한 공안기관의 공작정치가 국미의 정부하에서도 자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극도의 분노를 표시하며 일제히 비난 성명을 내놓았다.

시민단체들은 파업을 유도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나라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며 <>국정조사권 발동을 통한 진상조사 <>공안대책
협의회 해체 <>진 공안부장에 대한 직권남용죄 적용 등 관련자 전원 사법처리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의 이태호 국장은 "이번 사건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공안기관의 반인권적인 노조파괴공작"이라면서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인 만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공정한
조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김태정법무장관의 경질에 대해 "지난 옷로비 사건 때 경질돼야
할 사람이었다"며 김장관의 뒤늦은 경질은 현정부의 인사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최승욱 기자 swchoi@ 김문권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