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이재명 제2정책조정위원장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9일 국회에
서 "어색한"만남을 가졌다.

이헌재 위원장은 이날 당정회의에서 이재명 의원을 만나자 "의원님을 미처
못 알아뵙고 존경의 표시를 못했다"며 유난히 "튀는" 인사말을 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무슨 말씀을..."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헌재 위원장은 이 의원의 경기고 4년 선배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대우에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지난 80년대초부터
서로를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그런데도 당정회의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같은 대화가 오간 것은 이헌재
위원장이 대우 비서실에 근무하던 시절 이 의원과의 사이에 쌓인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측은 "대우에 재직할 때 김우중 회장이 있는 자리에서 이 의원이
이헌재 위원장을 크게 질책한 적이 있다"며 두 사람의 구연을 설명했다.

이재명 의원은 김우중 회장이 지나치게 외부강연 등 사업 이외의 다른 활동
에 치중하자 "기업가는 돈버는 일을 해야 한다"는 직언을 하면서 강연 일정을
대부분 취소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이헌재 위원장은 80년대 초 비서실에 근무할 때 외부 강연을 중심으
로 김우중 회장의 스케줄을 잡자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던 이 의원이 발끈했다
는 것.

이 의원은 "비서실에서 강연 스케줄 잡은 것외에 제대로 된 일을 한게 무엇
이 있느냐"며 집중 포화를 퍼부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둘 사이의 감정이 격앙되자 김우중 회장이 "자제하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
였다고 한다.

이 의원은 현재 국민회의 내에서 경제부처와의 당정협의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이헌재 위원장과 자주 접촉하면서 기업 금융기관 구조조정 등 주요
현안을 다뤄야 하는 처지다.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떻게 정책조율을 해나갈지 관심이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