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국무총리가 오는 14일 남아공과 유럽의 해외순방길에 오르기 앞서
자민련 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갖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총리는 지난 8일 자민련 당사를 방문한데 이어 10일엔 시내 모 음식점에
서 박태준 총재및 부총재단 등과 오찬을 함께하는 등 친정인 자민련에 자주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김 총리는 이날 오찬의 성격에 대해 "당에 복귀한 김모임 전보건복지부
장관을 격려하고 미국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용환 부총재를 축하함과
동시에 출국인사를 하는 자리여서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오찬에 참석했던 이양희 대변인도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가벼운
대화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총리가 이날 모임을 마련한 이유는 전당대회 개최를 9월로 확정한
뒤 이 문제로 감정의 앙금이 쌓인 당내 인사들을 설득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참석자들 가운데 김용환 수석부총재, 강창희 원내총무를 제외한 김종호
박준병 한영수 이택석 부총재와 차수명 정책위의장 등은 중대선거구론자이자
전당대회 12월 개최를 고집한 중진들이기 때문이다.

이들 중진들은 지난8일 김 총리의 당사방문 이전까지만해도 8월말 내각제
논의 유보기간이 끝난 뒤 9월초에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충청권 중심의
구주류측과 팽팽하게 맞섰었다.

당 일각에서는 김 총리의 최근 행보에 대해 당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김 총리가 9월 전당대회를 결정한 것은 내각제 개헌관철이
안될 경우 공동정부를 박차고 나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전망
했다.

또 이상현 의원 영입에 앞장선 점도 내각제 의지를 당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리가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 총재로 복귀할 지 모른다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다른 당직자는 "김 총리가 9일 자민련 수습 공채2기생들과의 면담에서
"앞으로 힘들어 질 것이다. 더욱 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한 점에 비추어 이같
은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총리가 전당대회 개최시기를 둘러싸고 소외감을 느꼈을
당중진들을 불러 화해의 자리를 마련할 필요성을 느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