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당 운영과 국정관리 측면에서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국정 운영을 책임진 집권 여당이지만 <>시스템 부실 <>인사 난맥상 <>무소신
<>내부갈등 등이 겹쳐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당력을 제대로
모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옷 로비 의혹 사건과 조폐공사 파업 유도발언 파문 등으로 촉발된
위기 국면에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게 단적인 예이다.

국민회의는 10일 노동계를 달래기 위해 당내 7인 노동대책위원회가 조폐공사
노동조합 등을 방문하려 했으나 돌연 취소했다.

조한천 대책위원장은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조사단이 현장을 방문하기
때문에 대책위에서 미리 둘러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취소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미 노동특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책위를 급조한
것도 문제지만 돌발사태를 우려해 "민의 수렴"이란 책무를 망각한 것 아니냐
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앞서 옷 로비 의혹 사건이 불거졌을 때 국민회의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무소신을 보였다.

당초 김태정 법무장관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대통령
이 유임할 뜻을 밝히자 곧바로 함구로 일관했다.

뒤이어 조폐공사 발언 파문으로 다시 문제가 돼 끝내 법무장관이 경질되자
"대통령은 민심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언젠가는 법무장관을 경질할 것으로
알았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에 급급했다.

인사에서도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9일 대변인직 사표를 낸 것과 관련, 개인적인 사유 때문이었
다고 해명했지만 김영배 총재권한대행과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 관계자는 "정 대변인은 미국 방문을 위해 10일 출국하려던 일정까지
취소하면서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 했으나 갑작스레 김 대행으로
부터 사표를 내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같은 "엄중한" 시국에 당의 "입"이 업무와 무관한 당내 갈등으로 인해
교체된 것 아니냐는 내부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김 대행이 취임한지 2개월이 훨씬 지났는데도 대행 비서실 인사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당 정책위와 개혁추진위원회는 최근 현장방문에 나섰지만 형식적이고 일회적
인 행사만 벌여 제대로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민심
수습책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 정책위 전문위원은 "요즘 현장만 돌아다니다 보니 머리를 쓰지 않아
편안하다"는 말을 할 정도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