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록 <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


"너 혹시 다른 집에 가서 교복을 맞추게 되면 값을 너무 깍자고 하지
말아라. 이 세상에 손해보고 장사하는 사람은 없어. 겉으로는 값을 깍아주는
척해도 결국 네가 깍은 것 보다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거야. 예를 들면
속감을 싸구려로 사용하는 것 등 말야"

내가 중학교 시절 단골로 다니던 교복집 아저씨에게서 들은 말이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그 교복집의 단골이었다.

그 아저씨는 시골의 작은 도시에서 맞춤교복집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사는
분이었지만 여러가지로 사려가 깊었다.

자기의 단골인 학생을 무척이나 사랑하던 분으로 지금도 가끔 그분의 말들이
기억에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위에 소개한 말은 특히 나의 기억에 남는다.

사실 자기의 비밀을 고객에게 그대로 털어 놓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말은 지금까지 나의 생활의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제값을 치르고, 제값 이상을 받지 말자.

그러나 항상 이렇게 다짐을 해도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시장에서 흥정하는 걸 보노라면 처음 불려졌던 가격의 절반이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다고 사가는 사람이 즐거워만 할까.

누구나 겪은 일이겠지만 품질과 진짜 가격을 궁금해하면서 개운치않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에는 유독 사기 또는 그와 본질적으로 궤를 같이 하는 사건이
많다.

악질적인 사기꾼이 많아선지 아니면 제값을 치르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아선
지에 대해 가끔씩은 되짚어보게 된다.

남을 속이는 사기꾼은 분명 나쁘다.

그러나 사기에 넘어간 사람중에도 자신의 이익을 더 챙기려고 욕심을 내다가
당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만은 특별한 대접을 받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매사에 항상 제값을 치르기
로 마음을 굳게 먹고 있으면 사기의 피해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너무 좋은 것은 결코 좋은 것일 수 없다는 생각이 우리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