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총리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선진7개국(G7)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일본경제의 회생을 기대하게
하는 밝은 뉴스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기획청은 10일 "지난 1.4분기중 국내총생산(GDP) 성장율이 1.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GDP성장율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정확히 6분기만이다.

97년초부터 일본경제의 흐름이 대단히 좋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2년여만에
내린 "단비"다.

그동안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탄을 받았던 일본정부로서는 학수고대
하던 숫치임에 틀림없다.

이번 분기를 전환점으로해 일본경제가 장기침체 국면에서 빠져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금융시장도 이를 반겨 엔화는 이날 달러당 1백18엔대에 진입했고 도쿄
주식시장도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번 플러스 성장은 내용면에서 볼 때 향후 일본경제를 낙관할 만한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카이야 경제기획청장관은 이날 플러스성장의 요인으로 "금융부실에 따른
자금경색이 어느정도 완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했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일본은행이 사상 초유의 "제로금리"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유인하고
정부도 막대한 공공자금을 투입, 금융기관의 부실을 어느정도 해결해준데
힘입은 것이다.

1.9%의 성장은 결국 지속성장의 시초가 될 수있는 소비증가가 아니라
정책효과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를 반영하듯 경제기획청은 지난 8일 발표한 월례경기보고에서도 현재경기
는 "횡보" 중이라고 분석했다.

더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좋아지지 않는 제자리뛰기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통산성도 지난 4월중 도매판매량이 일년전에 비해 4.8% 줄어 12개월 연속
전년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밝혔었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크게
회복되기 어려운 게 일본경제의 현단계라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이제 한창 구조조정이란 터널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이들의 수익이 나아지지 않는 한 구조조정은 더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경제가 경기바닥을 탈출했다 하더라도 경기확대가 아니라 "고실업상태
회복기"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와 감기는 바로 낫는 게 아니다"는 사카이야 장관의 말처럼 이번
플러스 성장이 곧 일본경제가 낙관적으로 바뀌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