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거래소 기우회"는 70년대초 출범, 어느새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박창배 초대 기우회장이 지난 4월 거래소출신 최초로 이사장이 됐다.

기우회로서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또 박 이사장의 취임으로 우리 기우회는 바둑 중흥기(?)를 맞게 됐다.

1백여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우리 기우회는 매년 두 세차례 "부서대항전"과
"개인전"을 갖고 있다.

또 수시로 "친선바둑대회"를 열어 평소 갈고 닦은 기력을 뽐낼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대회가 열리면 회원 모두의 얼굴엔 마치 "목숨을 건 듯" 비장한 각오가
엿보인다.

대회가 끝난 뒤 벌어지는 회식자리에선 예외없이 반상 전투와 관련, "내가
상수니 네가 하수니"하는 설전을 벌이다 끝내 "그럼 해 보자"며 바둑판이
있는 당직실로 올라가곤 한다.

오랜 역사에 걸맞게 우리 회원들의 기력은 "막강"하다.

강1급을 자랑하는 회원만 10명이 넘는다.

특히 회장인 오성탁 조사분석실장을 필두로 송명훈 이사, 이주호 정보통계부
과장, 최원근 조사국제부 대리는 어느 대회에 나가도 뒤지지 않는 준프로
수준이다.

우리나라 양궁선수들은 국가대표 되기가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것 만큼
이나 어렵다고 한다.

다른 직장에서 "한 수 한다"라는 제법 실력있다는 사람이라도 거래소
기우회에 오면 명함조차 못 내미는 경우가 허다하다.

투자자들은 끊임없이 종목분석과 지표판단을 병행하면서 증권시장에
참여한다.

우리 거래소 임직원들은 효율적인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밀한 수읽기와 빠른 형세판단을 요구하는 바둑은 증권거래소 업무에
최상의 결과를 일궈 내는데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바둑을 잘 두어야만 임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임원들은 하나같이 기우회에 가입해 있다.

증권거래소 기우회원들은 오늘도 3백61로의 반상에서 치열한 수담을 나눈다.

바둑을 통해 얻은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21세기 지식강국을 이끌어 가기
위한 것이다.

남영태 < 증권거래소 전무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