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대우와의 삼성자동차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협상과 관련,
금융감독위원회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벅차다며 조건을 완화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지난 11일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주재로 그룹운영
위원회를 열었으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가 부담스러워 금감위에 절충을
요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중재안이 어떤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삼성자동차
부채를 삼성이 모두 떠안아야 하며 대주주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게
정부 중재안의 골자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은 정부가 절충안을 내놓으면 오는 15일께 그룹운영위원회를 열어
협상 최종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의문이나 협상 타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점에서 금주안에는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의 내부조율 =삼성은 지난 11일 그룹운영위원회를 열었으나 정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인다는 결론을 내는데는 실패했다.

운영위원들은 더 이상 협상을 끌기 어렵다는데는 의견을 같이 했으나
지금의 중재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조건을 완화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삼성자동차의 부채 수용 문제와 처리 방안이 심도깊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는 이수빈 회장외에 윤종용 삼성전자 사장, 이해규 삼성중공업
사장, 이형도 삼성전기 사장, 유현식 삼성종합화학 사장 등 그룹 핵심계열사
사장단 10명이 참석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법인을 인수해가는 대우도 일부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고 본다"며 "그러나 대우가 이 조건을 받아들이는 대신 추가 지원을
요청하고 있어 그 또한 만만치 않다"고 말하고 있다.

<> 정부의 밀어부치기 =정부는 삼성에 중재안을 내놓고 지난 주말 타결을
기대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자 다시 밀어부치기에 나서고 있다.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이 13일 "4조3천억원에 이르는 삼성자동차의
부채는 삼성이 먼저 해결해야 한다" "대주주 역할은 삼성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삼성에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볼수 있다.

삼성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두가지 문제다.

정부는 두 그룹이 협상 타결 시한을 지키지 못한만큼 더이상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곧 귀책사유가 있는 그룹에 금융제재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 대우의 고민 =대우는 현재 삼성과 직접 협상을 벌이지는 않고 있다.

모든 협상은 금감위를 창구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우는 부채를 떠안는다는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삼성자동차의 자산가치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간의 차액만큼을
정산하면 그것으로 거래는 끝이라는 판단이다.

정부도 대우의 이같은 안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물론 대우는 부채를 전혀 떠안지 않더라도 자동차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방향 수정은 불가피하다.

특히 기존 자동차 관련 계열사의 구조조정에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태다.

삼성자동차의 부채를 일부 떠안는 대신 삼성의 추가 지원을 바라고 있는
이유다.

대우자동차의 지분 20%(3천억원)를 삼성에 주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삼성자동차 빅딜 추진 일지 ]

<> 98년 12월 2일 : 강봉균 청와대경제수석(당시), "삼성자동차 빅딜추진"
발언
12월 7일 :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서 삼성차-대우전자 맞교환 합의
12월 9일 : 삼성차 부산공장 조업 중단

<> 99년 1월21일 : 삼성-대우회장 회동, "조기 마무리" 합의
1월22~23일 : 김대중대통령 청와대 방문한 삼성-대우회장에게
조기매듭 촉구
2월 3일 : 삼성-대우 구조조정본부장, ''선인수 후정산'' 합의
3월22일 : 삼성-대우회장 회동, 잠정인수안 합의
3월23일 : 삼성-대우 삼성자동차빅딜 기본합의서 타결
4월초 : 세동회계법인 삼성차 약식 실사 착수
5월말 : 삼성 이건희회장 사재출연 파문 돌출
6월 9일 : 강봉균 재경부장관, "주내 마무리 될 것" 발언
6월11일 : 삼성 구조조정위원회 개최, 정부 중재안 검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