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레버리지 혁명주 ]

한국은 지금 디레버리지 (De-Leverage) 혁명을 겪고 있는 중이다.

디레버리지란 레버리지의 반대말로 부채를 축소한다는 뜻이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빚을 늘리기만 했다.

외형 성장을 겨냥, 기업밖에서 자금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안고있는 부채를 줄이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기회만 닿는다면 은행에서 뭉칫돈을 끌어왔다.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급할 경우엔 서울 명동 등지의 사채시장에서도 돈을 끌어다 쓰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금리가 얼마나 되는지는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금리와 기간 및 금액을 가리지 않고 조달한다는 "삼불문"이 한국 자금시장
에선 상식화됐던게 불과 1~2년전 일이었다.

해마다 부채총액은 늘어만 가고 금융 비용은 높아졌다.

조달한 돈으로 투자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률(ROI)을 조달비용
(WACC)과 비교해 비용보다 수익률이 높을 때만 투자한다는 개념은 통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IMF위기를 겪으면서 부채에 대한 기업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부채가 많으면 아무리 자산이 크다고 해도 부도를 내고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존망"의 논리가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빚을 줄이라고 독촉하는 것과는
별도로 기업들도 부채를 줄여 나가고 있다.

어느덧 한국 기업들에도 ROI가 WACC보다 높은 부문에만 투자한다는 새로운
원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의 대형 증권회사인 메릴린치가 최근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40개 회사의 부채총액은 지난해 7.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그룹 중에서도 현대(17.5% 증가)와 대우(40% 증가)그룹을 제외하면
대부분 부채가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LG(15.4%) 삼성(13.8%) SK(5.4%)등 5대 그룹의 부채 감소율이 특히 높았다.

부채가 줄어들면 금융비용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바꿔말해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금리도 한자릿수로 떨어진 상태다.

기업이 안고 있는 부채로 인한 금융비용부담 자체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

부채 자체가 줄어든데다 지출되는 비용도 낮아져 이들 기업의 수익성은
기대이상으로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른바 디레버리지 혁명주들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다른 조건이 똑같다고 할 때 부채를 많이 줄인 기업의 주식이 투자에
유망하다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 홍찬선 기자 hc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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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 디레버리지(De-Leverrage)

= 레버리지(Leverage)란 원래 지렛대를 뜻한다.

지렛대는 조그만 힘으로 큰 물건을 움직일 때 쓰여진다.

회사는 대부분 자본금을 지렛대로 삼아 외부자금을 차입한다.

레버리지가 부채를 뜻하는 말이 됐다.

레버리지가 높다는 것은 부채가 많다는 것이다.

반대로 레버리지가 낮으면 부채도 적다.

디레버리지(De-Leverage)란 말그대로 레버리지(Leverage)를 없앤다(De)는
의미다.

즉 부채를 줄여나간다는 얘기다.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는 레버리지율로 나타낸다.

부채를 총자산으로 나눈 비율이다.

통상 레버리지율은 200%이하가 적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IMF위기 전까지만해도 한국의 대기업은 레버리지율이 400%를 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을 200%밑으로 낮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디레버리지 혁명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