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 중앙대교수 / 경제학 >

지난 주에는 대검 공안부장이 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하였다는 폭탄발언을
하여 온 나라가 벌컥 뒤집혔다.

이 사건의 폭발력은 가십 성격이 강한 "옷로비" 건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경제의 기본 룰을 흐뜨리는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메가톤급 사건이다.

대부분의 신문에서 엄청난 지면을 할애하여 이 사건을 보도한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특히 옥천 조폐창의 경산 이전문제를 집중 취재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임금 협상문제로 합법적으로 진행되던 노사분규가 갑자기 구조조정 문제로
변질되면서 불법파업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옷 로비사건보다는 덜하지만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와 추측보도는
여전하였다.

청와대도 관련되었다.

"검찰에서 유도한 불법파업이 몇 개 더 있다" 등의 주장이 여과없이 그대로
보도되어 의혹을 확대시킨 점도 없지 않다.

시민단체에서 폭탄주를 검찰청 정문 현판에 퍼붓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낮 시간에도 폭탄주나 마시고 다니는 검찰에 대한 시민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언론에게는 아주 좋은 기사감이었다.

폭탄주에 취한 공안부장이 취중에 실언을 한 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과연 폭탄주가 문제인가.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그동안 숨겨져 오던 파업유도 의혹이 폭탄주로 인해 세상에
알려졌으니 폭탄주는 진실을 노출시킨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다.

문제는 폭탄주가 아니라 문민시대를 거쳐 국민시대로 바뀐 지금도 일부
권력기관의 공직자들의 군사문화식 의식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여 춘투실패를 만회하고자
하고 있다.

공기업 노조는 이를 빌미로 공기업 구조조정에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10일자 1면 머릿기사에서 일련의 정치적 사태로 인한
노동자, 기업인, 공무원 등 각 경제주체들의 이완현상을 크게 우려하였다.

아주 시의 적절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로 국민의 정치혐오감이 불필요하게
증대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곤경에 처한 정부의 입지가 더욱 약화되고 경제 체질개선을
위한 4대 부문(정부, 기업, 금융, 노동) 개혁 작업이 상당기간 지연될까
우려된다.

정부에서는 IMF체제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보고 중산층 및 서민들을 위한
생활 안정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최근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선심성 정책이 대폭 추가된
감이 든다.

근로소득세 경감 등이 포함된 이 대책에는 수조원에 이르는 상당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재정 적자는 더욱 늘어 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11일자 1면 머릿기사로 적자재정 관리문제를 다루었다.

같은 날 3면의 해설기사에서는 지금과 같이 적자재정이 급속히 확대되면
국채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국가위험도가 증가되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남미와 같은 만성적인 정부재정 부실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 기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세출억제가 관건인데 현재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으니 안타깝다.

지난 한 주간의 증권 시장은 널뛰기가 아니라 놀이동산의 놀이열차를 타는
기분이었다.

어떤 날은 종합주가 지수가 50포인트 오르고 그 다음날은 50포인트 빠지고
다음날은 50포인트 회복하니 놀이열차처럼 정신이 없다.

한경의 증권면을 읽어도 정신 없기는 마찬가지다.

10일자에서는 "외국인 순매도 속셈 뭘까"에서 외국인이 이익 실현을 위해
투자자금을 빼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11일자에서는 외국인 매수의 U턴으로 주가가 급등하였다고
보도하였다.

9일자에서는 "10일은 선물 6월물과 옵션 6월물 만기일이기도 해 주가에
부담이 된다"고 분석하였다.

그러나 10일 주가는 사상최대폭인 52포인트 상승하였다.

사실 주가예측처럼 무모하고 위험한 일은 많지 않다.

주식가격에는 거래시점에서 주어진 모든 정보가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주식가격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뛰어난 정보 분석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은 시장에서 다 함께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주가를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주식가격은 랜덤워크(Random walk) 이론처럼 어느 쪽으로 얼마만큼 움직일지
아무도 모른다.

증권면에서 주식시장의 전망이나 진단은 가급적 피하고 주식거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과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분석기사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일주간의 주가급반등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선물
이상기류가 주가를 왜곡시킨다는 기사(11일자 3면)는 매우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신문을 보면 종종 1면 머릿기사의 형태로 논설과 같은 주장이 실릴
때가 있다.

한경도 10일자 1면 톱에 게재된 "정치부실이 경제잡는다"라는 기사에서
우리 정치와 경제에 관한 주관적인 견해를 강력히 피력하였다.

이러한 논설은 많은 공감을 얻을 수는 있지만 객관적인 기사는 아니므로
어떤 형태로든 오피니언 표시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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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석.박사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자문역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