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택분양시장에선 밤샘줄서기가 유행이다.

인기지역의 주상복합아파트나 조합주택을 선착순분양하는 곳엔 예외없이
청약자들이 몰려들어 돗자리를 깔고 밤을 새곤 한다.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삿대질을 해대는 등 험악한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도
많다.

지난 11일 삼성중공업이 경기도 용인에 지을 고급아파트 쉐르빌을 선착순
분양 현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청약희망자들과 이동중개업소인 "떴다방"이 뒤엉키면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선착순 순번이 흐트러지는등 혼란이 가중되자 삼성중공업은 분양방식을
추첨제로 바꾸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지난달 여의도에서 선착순청약을 받은 대우 트럼프월드는 아예 견본주택
일반공개를 포기했다.

대부분 "어깨"들로 이뤄진 떴다방업자들이 설치는 통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상당수 물량이 일당을 주고 사람을 고용한 떴다방 업자들의 손으로 넘어
갔다는 후문이다.

용인 쉐르빌에 청약했다는 한 독자는 "내돈 내서 집을 사는데 왜 밤새워
줄을 서야 하는지 회의감을 떨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청약하루전날 저녁 현장에 가봤더니 수백명이 줄을 서 있어 청약을
포기했다는 수요자도 있었다.

미분양 위험과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위해 "제3의 분양방식"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도곡동에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를 짓는 삼성물산은 예약
접수 방식으로 1천3백29가구를 모두 팔아치웠다.

분양공고 한번 내지 않고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사람들과 텔레마케팅만으로
분양을 끝낸 것.

삼성은 1천여명의 예약대기자까지 확보했다.

타워팰리스는 오는 20일쯤 청약자에게만 견본주택을 공개한뒤 계약을
받는다.

이처럼 선착순 접수나 예약 접수라는 분양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건축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

아파트는 주택건설촉진법이 정한대로 공개분양해야 하지만 주상복합이나
조합주택은 일정요건만 갖추면 사업자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

이에대해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공개분양을 안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수요자들의 공평한 청약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률을 높이기위해 거품인기를 만들거나 일정물량을 빼돌리기 위해
"꼼수"를 쓰는 업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청약방식은 투기열풍의 주범인 "떴다방"들의 활동무대를 제공하고
시장불신을 불러와 모처럼만의 분양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 과정에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이다.

수요자들이 평생모은 재산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분양방식이 도입돼야
할 때다.

< 백광엽 사회2부 기자 kecore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