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은 경제가 아니냐"

경제정책조정회의 구성을 놓고 재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월 1회 열리는 정례회의에는 경제부처 장관과 관련기관장 등 18명이
참석한다.

종전의 경제장관회의와 성격이 비슷하다.

문제는 핵심 6인방이 참석한다는 수시회의.

경제정책조정회의 의장을 맡은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진념
기획예산처 장관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이기호
청와대경제수석, 정해주 총리실국무조정실장 등이 필수멤버다.

이들은 대부분 물가 금리 환율 등 거시 총량지표를 다루는 부처의 장들이다.

이런 소식을 들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정보통신부 등 실물부처가 크게
반발했다.

결국 경제정책조정회의 수시회의는 현안부처 장관 1명씩을 돌아가면서 추가
참석시키는 "6+1 회의"로 바뀌었다.

"소수 정예" 장관과 현안이 있는 부처의 장관만을 부르면 된다는 게 회의를
주재할 강봉균 재경부 장관의 생각이라고 한다.

그러나 핵심회의의 상설멤버에서 제외된 실물부처들의 불만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숲"을 보는 사람은 많아도 "나무"라는 실물경제를 보는 이가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의 미묘한 목소리를 대변할 실물부처가 빠진 핵심 경제회의 구성에 대해
재계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경제정책의 견제와 균형감각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소장은 "경제의 실물과 금융은 같은 수레의
앞뒤 바퀴"라며 "실물의 바퀴가 빠지면 수레 전체가 기우뚱거린다"고
걱정했다.

산자부 등 실물부처에선 업계지원정책을 거시경제 부처에 요청할 때가 많다.

이럴 땐 과거 재무부와 같은 부처가 통화팽창과 물가인상을 염려해 반론을
폈다.

이 과정에서 총괄부처격인 경제기획원이 정책을 조정했다.

이것이 전통적인 경제정책결정의 삼각관계다.

이런 삼각관계의 축이 이번 경제정책조정회의 수시회의에서 무너졌다.

이 경제회의 상설 멤버로 끼느냐 못끼느냐에 따라 경제부처가 자칫 이원화될
우려도 있다.

경제회복의 견인차는 역시 실물경기다.

정부는 말로는 실물경제의 회복을 외친다.

화려한 수사학보다 실물경제에 대한 애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정구학 산업1부 기자 cg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