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 문제를 놓고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 논쟁은 오는 29~30일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불거져
나온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FOMC는 회의에서 인플레 방지를 위한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14일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 출석에 대비해 작성한
성명을 통해 "미국 경제의 생산성 증가추세가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는
말로 인플레 압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의 언급은 생산성 증가가 임금 등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시켜 인플레를
방지할 수 있다는 낙관론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지난 3년간 미국 노동 생산성은 70~80년대의 평균 수준에 비해 2배에 달하는
연 2%의 높은 증가율을 지속해 왔다.

금리인상을 놓고 전세계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예민한 시기에
나온 이같은 발언은 FRB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그린스펀은 오는 17일 의회에 출석, 경제전망과 통화정책에 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그린스펀 의장의 인플레 우려 경고에 대해 백악관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진 스퍼링 백악관 경제보좌관은 이날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 "미국은
올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낮은 인플레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리핑에서 인플레가 예상되고 FRB도 이를 주시하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상당수 사람들은 낮은 인플레를 전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퍼링 경제보좌관은 또 "민간분야 예측가 대부분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3.9%로 예상되는 반면 블루칩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 인플레율은 2.1%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그린스펀의 의견과는 달리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