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크라우트해머 < 미국 칼럼니스트 >

유고 평화협정이 조인돼 국제평화유지군의 코소보 진주가 시작됐다.

일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미국의 승리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진정한 승리일까.

유고에 대한 공습이 개시되기 전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무고한
사람들을 유고연방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공습의 목적을
밝혔다.

그후 개전 첫 1주일은 미국과 나토의 명백한 패배였다.

나토는 개전 초기 텅빈 건물이나 폭격하는 무기력하고 임시방편적인 공습만
했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연방 대통령은 이같은 어설픈 공습에 대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인종청소로 맞섰다.

이제 1백만명의 전쟁난민들만을 남긴채 11주동안의 발칸반도 포연은 걷혔다.

나토와 유고연방은 코소보를 전쟁이전의 상태로 원상복구시킨다는 합의안에
서명했지만 이는 부분적이고 불완전한 승리일 뿐이다.

많은 코소보인들은 죽었으며 일부난민은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고
있다.

게다가 코소보는 옛날의 코소보가 아니다.

한때는 삶의 터전이었지만 지금은 황무지로 변했다.

이것은 승리가 아니다.

미국정부는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전쟁이 남긴 상흔은 진정한
승리와는 거리가 멀다.

처음부터 이런식으로는 사태가 전개되지 말았어야 했다.

밀로셰비치는 공장과 건물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나토의 공습이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마지못해 인종청소를 중지했다.

이 대목에서 왜 전쟁 첫날부터 나토는 베오그라드에 대한 전력공급을
중단시키지 않았던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공습이 시작된지 2주후 이 전쟁을 신속히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발전소나 연료저장소 교량 등에 대한 본격적이고 대대적인 공습이라고
주장한바 있다.

이것만이 참전군인이나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상하지 않은채 유고연방을
무력화시킬수 있는 길이었다.

또 유고측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낼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기도 했다.

아마도 후세의 역사가들은 클린턴 블레어 슈뢰더 같은 지도자들이 왜
코소보인들에 대한 인종청소가 시작된 후에야 본격적인 폭격을 시작했는지
궁금히 여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수수께끼가 아니다.

클린턴은 자신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동맹국 지도자들처럼 "최소 군사력
투입"만이 "윈-윈 전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이렇게 했다.

밀로셰비치가 나토의 공습에 인종청소를 중지하든 안하든 클린턴은 그가
이라크전에서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할 수 있었다.

공습으로 파괴된 목표물을 TV로 보여주며 의기양양하게 승리했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과거 대 이라크공습에서는 공습의 실패한 모습들을 기록하고 보여줄
TV카메라가 현장에 없었다.

군 당국이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공습목표물의 처참한 잔해 모습뿐이었고
이것을 증거로 클린턴은 전쟁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유고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서방 TV카메라들이 공습의 현장에 있었고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의 피해
상황을 생생히 전달했다.

이라크와는 달리 코소보에서는 1백만명에 달하는 전쟁난민들이 세계 각국
에서 취재나온 TV카메라 앞에서 고달픈 행진을 하고 있다.

클린턴도 이러한 상황을 두고 승리를 거뒀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쟁이 지속되고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승리라고 불릴만한 결과물을
획득했다.

그렇지만 유고가 제시한 항복의 수단은 모호한 조항들로 가득차 있다.

코소보 사태와 관련한 핵심 포인트는 세르비아 군병력이 철수한 이후
코소보지역의 관할권을 누가 쥐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상당한 나토군의 주둔을 허용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러한 구도는 쉽게 바꾸어지지 않겠지만 러시아는 그들의 군대가 나토의
지휘권 아래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에 의한 코소보 분할점령이라는 가능성도 높다.

러시아군이 평화유지군보다 먼저 코소보에 진주함으로써 이미 이같은
가능성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혼란스러운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세르비아인과 코소보인들간의 뿌리깊은 반목 및 불화를 해결하는 일과
코소보해방군을 무장해제 시키는 임무를 누가 맡아야 하는가.

어쨌든 지상군 공격과 같은 무력에 의해서가 아닌 "평화적으로" 유고사태가
종식됐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토와 유고연방간에 체결된 평화협정의 내용은 비정상적인 증오에 바탕을
둔 이번 전쟁을 종식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이다.

하지만 평화안 타결을 전쟁에 대한 승리로 왜곡 포장해서는 안된다.

이번 코소보 사태를 진정한 의미의 승리로 받아들인다면 사람들은 다시
이같은 모험을 반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토가 모든 모호한 조항들을 수용하고, 유고연방이 나토와 합의한 평화안을
성실히 수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과연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아야 한다.

승리의 대가는 앞으로 몇년동안 미국과 동맹국들이 유고-코소보의 틈바구니
에 나토병사들을 끼워넣는 것을 허용받은 데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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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유고종전을 맞아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찰스 크라우트해머가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특별칼럼이다.

< 정리=김재창 국제부 기자 char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