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에서 벌어진 남북 경비정간 교전사태로 오는 21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차관급회담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정부는 15일 서해안의 교전사태가 차관급회담에 미칠 영향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며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까진 차관급 회담과 서해안 교전사태는 별개의 문제라는게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사태는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우선 서해안 교전사태에 따른 국내 여론의 급격한 악화가 부담이다.

여론의 악화가 현 정부 대북정책의 기조인 "햇볕정책"으로까지 이어지면
상황은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북한의 불가측성과 함께 의도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변수다.

북한 방송은 이날 "서해안 북방한계선(NLL)을 한국 해군이 침범했다"며
"이를 김정일 지도자동지의 지시에 따라 물리쳤다"고 보도했다.

최악의 경우 베이징 차관회담이 연기되거나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취소
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이 차관급회담의 개최 사실을 공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대목이다.

남북은 당초 베이징 비공개접촉을 통해 각각 회담개최 사실을 공개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까지 회담개최 사실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는 곧 언제든 회담에서 "발을 뺄 수"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남북은 5일 앞으로 다가온 회담의 대표단 명단조차 서로 교환하지
못하고 있다.

진통끝에 회담이 열린다 해도 파행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

북한이 긴급의제로 서해 교전상황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관심사인 이산가족 문제가 제대로 논의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이날 현재 북한에 체류중인 한국 국민들은 모두 1천9백70명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우선 금강산 관광객들의 경우 신변은 안전하며 관광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통일부는 확인했다.

현재 북한엔 풍악호 5백85명, 금강호 6백16명 등 모두 1천2백1명의 관광객
이 머물고 있다.

또 장전항 공사 인력 2백56명, 관광선 승무원 2백37명(외국인 포함) 등도
북한에 체류중이다.

재계인사중엔 윤종용 삼성전자 사장 등 삼성의 방북단 16명이 이날 현재
평양에 도착했다.

금강산 샘물사업을 위해 방북한 오병권 부장 등 태창 관계자 6명과 자동차
부품사업협력차 방북한 평화자동차 김병규 차장도 북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료지원선도 현재 별다른 이상 징후없이 북한을 왕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북한 관할지역에 머물고 있는 수송선 2척에는 선원과 인도요원 등
모두 50명(외국인 선원 6명 포함)이 탑승해 있다.

이중 비료 7천t을 싣고 군산항을 떠난 선 이스트호는 오후 4시 현재
해주항 접안을 위해 대기중이다.

역시 비료 7천t을 싣고 여수를 출발한 갈리나 호도 16일 오후 남포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밖에 북한 경수로 기초공사에 투입돼 있는 남한 근로자 2백3명도 북한
신포현장에서 정상적으로 작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