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도 사이버 증권사를 운영할 수 있을까.

최근 한글과컴퓨터 골드뱅크 한국종합기술금융 등 증권과는 무관해 보이는
기업이나 개인들이 잇달아 사이버 증권업을 하겠다고 나서 성공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이 증권업에 진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사이버 증권사는 주식의 매매를 중개하는 일종의 브로커(broker)다.

지난 4월 증권거래법이 개정되며 브로커(위탁매매) 전문업체의 설립이
허가돼 법적인 장애는 없어졌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이달말께 신설회사의 자본금,출자자 지분구성 등 세부
기준을 내놓으면 사이버 증권사의 설립이 본격화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어려움은 없다.

투자자가 인터넷으로 주식을 사고 팔 때는 각종 데이터가 고객의 PC에서
증권사의 프론트오피스-백오피스-증권거래소의 호스트컴퓨터를 경유하며
흘러간다.

전문가들은 어지간한 프로그래밍 실력을 가진 업체라면 프론트오피스를
만드는데 큰 애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매매주문을 내고 고객의 계좌를 관리해주는 백오피스의
구성을 위해서는 기존 증권사나 증권전산과 업무제휴를 맺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진짜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사이버 증권업이 업계의 지도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다.

증권회사의 업무는 크게 <>위탁매매 <>유가증권 인수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로 나뉜다.

미국의 경우 위탁매매 매출이 20%선이지만 한국 증권사는 30%에 달할 정도로
중개수수료 수입에 의존해왔다.

사이버 증권사는 영업지점이 없어 중개비용이 적게 든다.

상대적으로 수수료의 인하에 유리하다.

과열경쟁이 일어날 경우 대형 증권사들의 수지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대형 증권사들은 결국 브로커가 하지 못하는 정확한 투자정보 제공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강화하는 등 비즈니스 자체를
고도화하는 수밖에 없다.

일선 영업점의 직원들도 주식을 사고 파는 중개사가 아니라 재테크
컨설턴트로 변신해야 한다.

사이버 증권사의 등장은 이와 함께 은행 보험 등 금융산업 전반을 통합하는
종합 머니센터(Money Center)의 출현까지 예고하고 있다.

증권업협회 황명수 팀장은 "사이버 증권사의 등장을 계기로 기존 증권사들은
수수료를 낮추든지 고급서비스를 강화하든지 양자택일의 시점에 섰다"며
"증권업계의 분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