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한국 금융을 총지휘하는 사령탑이다.

금감위와 금감원이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금융산업의 모양이 달라진다.

구조조정의 속도와 순서도 바뀐다.

크게는 기업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그렇다.

작게는 기업들의 코스닥시장 등록이나 유상증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금감위와 금감원의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해서도 안된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정반대다.

금감원 실무자가 16일 오후3시께 평화은행에 건 전화 한통이 대표적인 예다.

평화은행이 이날 오전11시30분 한화증권과 맺은 업무제휴를 문제삼았다.

평화은행은 한화증권과 연계해 8월부터 은행 점포내에 증권단말기를 설치
하고 증권위탁계좌를 개설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금감원 실무자는 "은행에 시세조회및 주문용 증권단말기를 설치할수
없다"고 통보했다.

은행과 증권의 업무구분이 확연한 만큼 은행지점에서 증권업무를 대행할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은행이 증권사의 위탁계좌를 개설해 주는 것도 문제라고
해석했다.

금감원의 유권해석에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직 한국의 은행법과 증권거래법은 은행과 증권사의 업무영역을 확연히
구분해 놓고 있다.

엄격히 해석하면 타당하다.

하지만 이는 세계 금융흐름을 무시한 처사라는게 금융계의 한결같은 지적
이다.

미국의 경우 은행과 증권의 업무영역을 갈라놓은 스티걸 글래스법이 지난
80년대부터 무너지고 있다.

은행이 유가증권 중개업무를 하고 증권사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90년대 다시 시작된 미국의 호황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금융기관이
뒷받침하고 있으며 이 경쟁력은 금융기관간 "방화벽(Fire Wall)" 붕괴에
있었다는 점은 이제 상식이다.

그런데도 한국 금융산업의 조타수인 금감원은 이런 시대조류를 애써 외면
하려 한다는 느낌이다.

금감원의 시비걸기 사례는 또 있다.

금감원은 최근 서울증권과 국민은행이 외자유치를 위해 발행한 해외전환사채
(CB)에 문제가 있어 제재를 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주식전환가격이 싯가보다 낮다는게 근거였다.

이런 판단은 물론 규정상으론 맞다.

하지만 기업이 해외증권을 발행하겠다는 신고서를 제출할때는 아무말 하지
않다 이제와서 문제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금감원의 파워는 막강하다.

그러나 권력은 애써 드러내지 않을수록 강해지는 법이다.

또 시장의 원리를 보호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감춰진 힘을 쏟을때 한국
금융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 박준동 증권부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