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에서 일정한 금액만 보증하고 나머지는 은행 책임으로 대출토록
한 부분보증제도를 은행들이 꺼리고 있다.

이로인해 중소기업및 벤처기업들이 돈 빌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은행에 대출위험의 15~20%를 나눠
지도록 하는 부분보증제도를 시행하지 은행들은 대출기업에 별도 담보를
요구하고 나섰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A사는 최근 회사 운용자금을 조달하려다
낭패를 보았다.

기술력과 사업전망이 좋아 보증서만 받으면 은행에서 손쉽게 돈을 빌릴수
있다는 말을 듣고 기술신용보증기금을 찾았다.

보증기금은은행과 대출책임을 나눠지는 부분보증제를 이용하면 1억원까지
보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이 제도는 대출사고가 날 경우 보증기관과 은행이 각각 85%와 15%씩
책임을 분담하는 것으로 대출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보증서를 받은 뒤 H은행을 찾았을 때는 엉뚱한 얘기를 들었다.

은행에선 신용을 믿을 수 없다며 손실책임의 15%(1천5백만원)에 해당하는
담보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회사는 담보를 제공할 수 없어 결국 다른 은행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부도난 기업이 빌린 대출금을 보증기관이 대신
물어주면 그 만큼 국민 세금이 들어가게돼 은행과 책임을 나눠지는 부분
보증제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며 "현재 몇몇 은행들이 이 제도를 기피해
중소기업들이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들이 15%의 대출위험도 분담하지 않으려는 것은 대표적인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평소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이 아니면 대부분의 은행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퇴짜를 놓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에 부분보증제를 이용해
돈을 빌린 중소기업 가운데 54.4%가 은행에서 별도 담보요구나 대출한도
축소, 예금가입 권유 등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은 한빛 조흥 등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회생한 은행들이 부분보증
을 통한 대출에 더욱 인색하다고 주장했다.

부분보증제는 부실대출의 책임을 보증기관과 은행이 공유하고 보증을 더욱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입됐다.

지난 5월말 현재 부분보증잔액은 1조3천7백79억원으로 전체 보증의 13%
수준이다.

<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