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과 수표는 결제수단이다.

똑같은 기능을 한다.

그런데 어음을 부도낸 사람은 민사적으로만 문제되지만 수표를 부도내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자신이 잘못해서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도를 낸 기업인 중에는 자기능력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래처부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연쇄부도를 내는 경우가 많다.

외환위기와 같은 급작스런 경제환경 변화로 쓰러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부정수표단속법"은 수표를 부도낸 경우에 형사처벌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건 원치 않건 불문이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다시 회사를 일으키는 일에 앞장서야 할 기업인이 감옥에 가 있는다면
그 회사를 소생시키기가 더욱 힘들어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부정수표단속법을 제정하게된 동기는 "수표법" 만으로는 수표의 건전한
발행 및 유통을 충분히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정당시의 시대 상황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있었다.

또 부정수표단속법이 수표의 유통질서를 확립시키는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부정수표단속법은 민사거래에 형사처벌을 도입했다는 법리상의
모순을 안고 있다.

원래 수표거래는 처벌이 아니라 수표 자체가 지니고 있는 공신력과 발행인의
신용에 기초해 성립되는 데도 말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부정수표 발행인에 대한 처벌을 피해당사가가 아니라
제3자인 금융기관이 제기하는 것도 문제다.

이런 법률은 선진국은 물론 경제신용질서가 한국보다 훨씬 뒤떨어진 개도국
에서조차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는 달리 기업인 혼자 경영을 꾸려나간다.

생산과 영업은 물론 돈 구하고 수금하러 다니는 등 1인 10역을 한다.

그런 경영인을 구속시키면 종업원은 어찌되고 거래처는 어떻게 되는가.

부정수표단속법은 61년 제정이후 66년에 단 한차례 개정됐다.

이제 시대가 바뀐 만큼 이를 폐지하거나 개정할 때가 됐다고 본다.

< 변정구 금속가구조합 이사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