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영 < 영 인터미디어 대표 >

20년 가까이 방송인으로 활동한 경력에 힘입어 홍보영상물 제작사업에
뛰어든지 3년여.

아직도 배울 것 투성이지만 어느덧 "비즈니스 우먼"이라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린다.

하지만 말이 근사하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비즈니스 우먼"들이 겪는 고충은 적잖다.

물론 그 고충 대부분은 남성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놓은 이른바
"관행"들이다.

술자리 문화가 그렇고 끼리끼리 뭉치는 패거리 문화가 그렇다.

그런데 정말 모순된 것은 비록 현실성은 떨어져도 이런 문화를 추방하자는
것이 사회 전반적인 공감대를 이루고 있음에 불구하고 사업하는 사람들에겐
대부분 아무렇지도 않게 이를 공개적으로 부추기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양보는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거룩한(?) 명분
때문일까.

그런데 바로 그 명분이 문제라는 생각이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퇴출 위기에 몰린 남성 중심의 해묵은 논리가
바탕이 되었기에.

더군다나 소신없는 맹종이었을 때 그것은 더 곤란하지 않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사업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믿음부터 내 생각이
아닌 남(남성)의 것을 흉내내면서 혼란스러웠던 때가 많다.

이제 3년여의 시간이 흐른 끝에 깨달은 것은 결국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편이 남이 갖고 있는 장점을 흉내내려 애쓰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여성위원 활동을 하면서 만난
몇몇 똑 부러지는 여성기업인들의 성공사례는 희망적이다.

이른바 "좀스런" 여성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뿐만 아니다.

요즘 어찌된 일인지 남성들 스스로 여성이 21세기 변화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정말 세상이 달라질 것인지.

자못 기대감을 갖고 비즈니스우먼들을 주목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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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