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벤처캐피털 업계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정부에 요구한 사항이
있다.

바로 "코스닥 활성화"였다.

벤처캐피털협회장과 업계 중진들은 청와대 및 재경부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이를 외쳤다.

또 신문 기고를 통해 코스닥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다.

코스닥 전체종목의 1년 총거래량이 거래소시장 하루 거래량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누가 벤처기업에 투자하겠느냐는 항변이었다.

"코스닥만 살아나면 벤처 육성은 저절로 된다"며 강한 어조로 정.관계
관계자들을 "학습"시킨 것이다.

2년후 쯤에는 코스닥이 활기를 띠기를 기대하면서...

그런데 불과 6개월이 흐른 요즘, 상황은 급변했다.

정부육성책에 힘입어 코스닥이 거래량과 거래대금에서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끝없이 달아오르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두 부류로 나뉘어졌다.

"이대로 파"와 "멈춰줘 파"다.

즉 "먹는 자"와 "씨뿌리는 자"다.

지난해 환란 속에서도 씨(투자)를 뿌렸던 극소수 창투사는 갑자기 거둘
곡식(수익)이 많아졌다.

이 바람에 코스닥에 등록된 일부 창투사의 주가는 6개월 전 1천~2천원
선에서 현재 2만~6만원대로 수십배 올랐다.

이들은 벤처기업들의 주식 상한가 행진이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

반면 지난해까지 개점휴업 상태였던 창투사는 당장의 상대적 박탈감과
미래의 기대감을 동시에 느끼며 이제 씨를 뿌리고 있다.

"바람아 멈추어다오"를 읊조리면서.

코스닥이 침체의 늪을 빠져나와 생기를 찾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기업 입장에선 자금조달이, 투자자 입장에선 회수가 쉬워진다.

많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창업.성장할 수 있는 강한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코스닥이 제대로 성장할 때 가능한 것이다.

4개월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코스닥시장을 보고 "과열"이라며 우려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코스닥 육성을 외치던 사람들조차 벤처기업 성장 무대가 아니라 "돈 놓고
돈 먹기식의 투기장"이 되는 것 아니냐며 염려하고 있다.

중소기업 현장을 다니다 보면 큰 덩치의 주물이 회사 마당에 놓여 있다.

달궈진 상태의 주물은 이내 균열이 생기고 강도가 떨어져 쓸모 없게 된다.

1년여간 충분한 햇볕과 비.바람을 쏘일때 제 기능을 한다.

코스닥이 벤처산업을 떠받치는 튼튼한 주물이 될수 있도록 물성(본질가치)을
가꾸는데 힘써야할 때다.

< 문병환 산업2부 기자 m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