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IMF 위기' 잊지 말아야 .. 김영봉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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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 < 중앙대 교수 / 경제학 >
한국경제가 회복되는 듯하다.
증권시장이 불 붙고 내수 생산이 살아나고 있다.
최근엔 설비투자까지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제연구기관들은 다투어 올해 경제전망을 상향 수정하고 있다.
이제는 6%이상 성장하리라는 장밋빛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김영삼 정부는 외환위기를 불러들인 패장으로, 김대중
정부는 누란지경의 경제를 구한 영웅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40억달러도 되지 않던 외환보유액은 6백억달러를 바라본다.
금리도 한자리 숫자로 낮아지지 않았는가.
국민의 정부 주역들이 득의에 차서 "한 말씀"하시면 이제 가만히 들어줘야
할 것 같다.
잠깐 지나간 20개월을 돌이켜 보자.
97년말 외환위기가 온 후 많은 기업이 쓰러지고 실업자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환율과 금리가 어이 없게 치솟고 국내소비와 투자가 절반 가까이까지
내려갔다.
그런 가운데 이른바 "누룽지 수출"이라 하여 재고는 물론 생산설비까지
바닥을 긁어내던 수출이 한국경제의 명맥을 근근이 이끌어가고 있었다.
정부가 돈을 풀기 시작했다.
20조원이 넘는 실업대책 예산이 배정되었다.
금융부문의 구조개혁을 위해 64조원의 국가재원이 책정됐다.
그리고 작년말 G7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경제의 구조를 결의하고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꿈쩍도 하지 않던 국내경기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한국시장에 갈 데 없는 돈이 넘치더니 외국의 투자기금들까지 한국에서의
돈벌이를 작정하고 앞다투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증권시장이 들끓었고 우리의 경기에 발동이 걸린 것이다.
이제 태풍이 한물 간 것 같으니 중간 결산을 해보자.
무엇을 잃고 누가 상했으며 그 와중에 그래도 배운 것이 있는지를 살펴보자.
먼저 건전했던 국가재정이 난파위기의 경제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던져졌다.
경제는 성장하고 실업자는 적었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과거엔 엄청나게 돈이
먹히는 사회안전망 구축같은 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세계의 복지국가들이 모두 부러워 할 "빚 없는 재정"을 누려왔다.
하지만 이것을 IMF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제물로 바친 것이다.
한국경제엔 향후 얼마나 더 많은 재정부담이 필요한 것인가.
앞으로 정부가 물어야 할 막대한 공채이자와 실업대책 지출을 생각해보자.
국가재정을 늘상 짓누르는 구조적 적자요인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공적재원이 제2 금융권 부실이나 대기업 구제를 위해
추가로 필요할지 알 수 없다.
한번 물꼬가 트인 적자지출 관행이 앞으로 어떤 이상한 버릇을 우리 경제에
심어 주게 될지도 알 수 없다.
각종 연.기금에 누적된 적자, 농어촌부채 등 정권에 부담이 되는 지출요소는
얼마든지 있다.
이번에 정부당국자들은 국민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맛"에 길들게 되었는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경제의 건강을 지켜주었던 국가재정은 이렇게 병들었다.
앞으로 다시 이같은 경제위기가 도래할 경우 우리는 이것에 의존할 수 없을
것이다.
남북통일과 같은 민족적 중대사가 발생한다면 그때 결정적으로 기대야 할
언덕이 이번에 파손된 것이다.
중소기업 중산층 서민은 지난 "IMF 태풍"의 가장 큰 희생자였다.
1백70만여명의 실직자 중 1백만명 이상은 넘어지거나 넘어질 위기의
중소기업에서 퇴출된 노동자라고 한다.
대기업은 구조조정에 머무적거렸고 그 대신 신규채용을 일절 하지 않았다.
요란하게 출발했던 정부개혁계획은 부서 하나 공무원 한 명 다치는데도
인색했다.
환란의 중심부서였던 재경부 관리는 다치기는 커녕 대부분이 더 중용되었다.
오늘날 한국경제가 당초 환란을 초래했던 구조적 문제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보는 사람은 아직 없다.
변덕스러운 외국자본은 언제 우리나라에 입맛을 잃고 다른 나라로 뜰지
모른다.
서민들의 고통은 아랑곳 없이 장관 부인들은 수천만원 짜리 옷 쇼핑에
정신을 팔았다.
검찰 간부의 취중 발언은 노동계를 또다시 폭발직전으로 달구어 놓았다.
언제부터인가 여의도 증권가와 강남 유흥가는 IMF위기 이전보다 더
흥청거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많은 사람이 희생된 지난 경제위기를 통해서 사회지도층이 배운 교훈이란
오직 "배째라고 떼쓰고 버티면 결국 생존한다"는 진리인가.
어쨌든 한국경제는 1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에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한국경제의 저력은 국민이 함께 자랑하고 자축할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 과정에서 과연 무엇을 배웠는가를 자문해 볼 때,
한국경제의 시련기는 너무 손쉽게, 그리고 일찍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8일자 ).
한국경제가 회복되는 듯하다.
증권시장이 불 붙고 내수 생산이 살아나고 있다.
최근엔 설비투자까지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제연구기관들은 다투어 올해 경제전망을 상향 수정하고 있다.
이제는 6%이상 성장하리라는 장밋빛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김영삼 정부는 외환위기를 불러들인 패장으로, 김대중
정부는 누란지경의 경제를 구한 영웅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40억달러도 되지 않던 외환보유액은 6백억달러를 바라본다.
금리도 한자리 숫자로 낮아지지 않았는가.
국민의 정부 주역들이 득의에 차서 "한 말씀"하시면 이제 가만히 들어줘야
할 것 같다.
잠깐 지나간 20개월을 돌이켜 보자.
97년말 외환위기가 온 후 많은 기업이 쓰러지고 실업자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환율과 금리가 어이 없게 치솟고 국내소비와 투자가 절반 가까이까지
내려갔다.
그런 가운데 이른바 "누룽지 수출"이라 하여 재고는 물론 생산설비까지
바닥을 긁어내던 수출이 한국경제의 명맥을 근근이 이끌어가고 있었다.
정부가 돈을 풀기 시작했다.
20조원이 넘는 실업대책 예산이 배정되었다.
금융부문의 구조개혁을 위해 64조원의 국가재원이 책정됐다.
그리고 작년말 G7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경제의 구조를 결의하고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꿈쩍도 하지 않던 국내경기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한국시장에 갈 데 없는 돈이 넘치더니 외국의 투자기금들까지 한국에서의
돈벌이를 작정하고 앞다투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증권시장이 들끓었고 우리의 경기에 발동이 걸린 것이다.
이제 태풍이 한물 간 것 같으니 중간 결산을 해보자.
무엇을 잃고 누가 상했으며 그 와중에 그래도 배운 것이 있는지를 살펴보자.
먼저 건전했던 국가재정이 난파위기의 경제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던져졌다.
경제는 성장하고 실업자는 적었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과거엔 엄청나게 돈이
먹히는 사회안전망 구축같은 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세계의 복지국가들이 모두 부러워 할 "빚 없는 재정"을 누려왔다.
하지만 이것을 IMF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제물로 바친 것이다.
한국경제엔 향후 얼마나 더 많은 재정부담이 필요한 것인가.
앞으로 정부가 물어야 할 막대한 공채이자와 실업대책 지출을 생각해보자.
국가재정을 늘상 짓누르는 구조적 적자요인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공적재원이 제2 금융권 부실이나 대기업 구제를 위해
추가로 필요할지 알 수 없다.
한번 물꼬가 트인 적자지출 관행이 앞으로 어떤 이상한 버릇을 우리 경제에
심어 주게 될지도 알 수 없다.
각종 연.기금에 누적된 적자, 농어촌부채 등 정권에 부담이 되는 지출요소는
얼마든지 있다.
이번에 정부당국자들은 국민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맛"에 길들게 되었는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경제의 건강을 지켜주었던 국가재정은 이렇게 병들었다.
앞으로 다시 이같은 경제위기가 도래할 경우 우리는 이것에 의존할 수 없을
것이다.
남북통일과 같은 민족적 중대사가 발생한다면 그때 결정적으로 기대야 할
언덕이 이번에 파손된 것이다.
중소기업 중산층 서민은 지난 "IMF 태풍"의 가장 큰 희생자였다.
1백70만여명의 실직자 중 1백만명 이상은 넘어지거나 넘어질 위기의
중소기업에서 퇴출된 노동자라고 한다.
대기업은 구조조정에 머무적거렸고 그 대신 신규채용을 일절 하지 않았다.
요란하게 출발했던 정부개혁계획은 부서 하나 공무원 한 명 다치는데도
인색했다.
환란의 중심부서였던 재경부 관리는 다치기는 커녕 대부분이 더 중용되었다.
오늘날 한국경제가 당초 환란을 초래했던 구조적 문제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보는 사람은 아직 없다.
변덕스러운 외국자본은 언제 우리나라에 입맛을 잃고 다른 나라로 뜰지
모른다.
서민들의 고통은 아랑곳 없이 장관 부인들은 수천만원 짜리 옷 쇼핑에
정신을 팔았다.
검찰 간부의 취중 발언은 노동계를 또다시 폭발직전으로 달구어 놓았다.
언제부터인가 여의도 증권가와 강남 유흥가는 IMF위기 이전보다 더
흥청거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많은 사람이 희생된 지난 경제위기를 통해서 사회지도층이 배운 교훈이란
오직 "배째라고 떼쓰고 버티면 결국 생존한다"는 진리인가.
어쨌든 한국경제는 1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에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한국경제의 저력은 국민이 함께 자랑하고 자축할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 과정에서 과연 무엇을 배웠는가를 자문해 볼 때,
한국경제의 시련기는 너무 손쉽게, 그리고 일찍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