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자교역 분야 전문가인 박윤(동방상련소장)씨가 다국적기업
현장소설 "춤추는 전갈"(전2권, 도서출판 발해)을 펴냈다.

허세에 들떠있다가 졸지에 IMF격랑에 휩싸인 우리나라의 현실과
이를 딛고 다시 한 번 일어서는 한국인의 재기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소설 1부의 제목처럼 "지구촌 터미네이터"를 자처하는 다국적
기업들을 파헤친다.

그들의 오만과 착취과정을 고발하고 대처방안까지 암시한다.

소설 속에는 거미줄같은 거대자본의 음모로 연쇄도산과 폐업, 대량
실업에 휘말리는 국내 업체들의 고통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의 체험이 사건일지처럼 곁들여져 있어 현장감을 더한다.

그러나 작가는 다국적 기업의 공격적인 운영방식이나 서구인들의
경영합리성, 투철한 프로정신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 그들과의 협약이나 상담에서 왜 기선을 빼앗기고 끌려다니는가를
냉철하게 조명한다.

그는 이를 유교적인 맹종과 강압적 군사문화, 주입식 교육환경에
젖어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한국인들이 논리공방에 숙달된 서구인들과
어떻게 협상해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에 파견할 국가책임자(NCE)를
얼마나 집요하게 양성하는지, 그들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분야의
첩보공작원 수준으로 훈련시키는 과정은 어떤지를 밝혀낸다.

"우방 환상"에 매달려 제앞가림도 못하는 한국인의 헛점도 지적한다.

우리의 "밑짧은 과시욕"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전갈"들의 눈길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지난해 소설 "밴조의 노래"를 낸 박씨는 고려의 해양사와 항몽전을
다룬 대하소설을 곧 펴낼 계획이다.

그는 이 작품의 고증을 위해 4년 이상 중국과 동남아 지역을 탐사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