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뷰캐넌 (3.끝) ]]

우리는 정치에 대해 매우 큰 불신 속에서 살고 있다.

정치가들이 말하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정치가들은 부도덕하고 오만 무지하다고 비판한다.

뷰캐넌은 정치가들을 비판한들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정치가의 탓도, 유권자의 탓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 원인은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제도적 조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치적 의사결정 결과는 이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지배하는 헌법적 제도의 틀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구조에 결함이 있다면 누가 지배하든 정치적 의사결정은 언제나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고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정치가들 자신들에게는
합리적일 것이다.

뷰캐넌은 현대 민주주의에는 적자예산을 초래하고, 사적 영역을 침해하고,
편파적인 법률의 제정을 야기하는 성향이 내재돼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 원인을 헌법적 제도의 결함에서 찾고 있다.

그는 현대 사회의 헌법에는 국가의 권력을 충분히 제한해 정치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국가권력을 제한하기 위한 여러 가지 헌법적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적자속의 민주주의를 제한하기 위한 균형예산원칙, 재량적인 통화정책을
억제하기 위한 통화공급규칙을 제안한다.

뷰캐넌에게는 중앙은행의 법적 독립성은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통화당국의 재량적인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는 세금을 목적에 따라 부과할 것과 누진세 대신 비례세 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의회의 입법재량을 제한하기 위한 법의 지배원칙 등을 제안하고 있다.

그가 제안하고 있는 헌법구조는 전통적인 후생경제학의 정책제안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사회공학적 후생경제학은 국가를 초개인적인 도덕적 실체로
파악하고 정교한 수리적.계량적 기법을 동원해 정부와 경제의 목표를
정의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후생경제학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비롯된 헌법경제학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현행 헌법의 제9장 경제편은 주로 전통적인 후생경제학을 기초로
작성된 헌법이다.

경제와 관련해 국가에게 무제한적 권력을 허용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헌법은 경제와 관련해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장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집단적, 특히 정치적 의사결정에 대해 시민들이 항상 불만을
표시하고 정치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

시민들의 불만과 불신을 해소하고 동시에 정치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국가헌법구조, 특히 경제편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치에서는 물론 경제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경제개혁에 직면해 있는 우리 사회에 뷰캐넌이 주는 고귀한
교훈이다.

뷰캐넌에 의존한다면 내각제냐 대통령중심제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 민경국 강원대학교 경제무역학부 교수 kkmin@cc.kangwon.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