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남북 차관급 회담이 무기 연기되자 이산가족을 만나는 꿈에 부풀었던
실향민들은 끝내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실향민들은 특히 이제는 북에 둔 가족들을 살아 생전에는 못만나는게
아니냐며 허탈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남.북이 당초 이산가족 문제를 우선적 의제로 논의키로 해놓았지만
서해안사태 등 돌출변수가 터진데다 북한측에서 이산가족 문제 논의 자체를
썩 내켜 하지 않는 분위기이기 때문.

김성재 이북도민회 황해도지부 사무국장은 "서해교전사태 등 남북한의
초긴장상태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회담이 열려 적지 않은 기대를 걸었으나
끝내 무산돼 섭섭하다"며 "나중에라도 회담이 성사돼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동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도 "북한이 이번 회담에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 완전히 파악되지는 않고 있지만 남북간 대화창구를 유지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산가족 문제 등 본의제가 빠른 시일내
가시적인 결과를 보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임원택 국제옥수수재단 총괄국장은 "차관급 회담이 잘돼서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되고 북한이 남쪽에 문호를 더 개방하면 재단이 추진하는 대북 사업도
더 잘 추진될 수 있다"며 "이번 회담은 무산됐지만 국민들의 대북 감정이
호전되고 남북화해가 진전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 관계자는 "이산가족들이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라도 열린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며 "실향민들의 고향방문이
이뤄지기를 가슴 깊이 기원한다"고 말했다.

< 장유택 기자 chang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