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예정됐던 남북한 차관급회담이 두차례나 연기되는 등 진통끝에 끝내
열리지 못해 향후 회담 전망이 극히 어두워졌다.

상황에 따라선 회담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북한측은 당초 전달키로 약속한 비료 10만t이 아직 북측에 모두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을 회담연기의 이유로 들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차관급 회담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명목상의 구실일 뿐이라는게 우리 대표단의 지적이다.

현재 미지원분 비료 2만2천t은 우천 등 기상문제로 전달이 늦어진 것이며
우리정부가 이같은 사실을 북한측에 사전에 통보했고 북한도 이를 양해했다.

마지막 비료 지원분은 지난 20일 여수항을 출발, 예정대로라면 22일 새벽
북한에 도착한다.

따라서 북한측의 주장은 형식논리로 설득력을 잃고 있다.

과연 북한이 회담에 응할 의지가 있느냐는 의문도 이래서 나온다.

더욱이 아직 대표단 명단조차 통보하지 않는 북한의 태도로 미루어 볼때
회담이 열렸을때 이산가족문제에 구체적인 합의가 나올수 있을지는 더욱
불투명하다.

우리 대표단 관계자는 "아직 북한이 회담을 무기 연기하거나 파기하려는
것은 아닌것 같다"면서도 "회담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의 일방적인 회담 연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과거에도 이같은 무례한 행동을 여러차례 행했었다.

그러나 회담 첫날부터 이같은 파행을 연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회담을 지연시킨 후 결국 회담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은 남북당국간 대화에 비중을 두지 않은 북한의 태도가
이번 사태로 더욱 명확해졌다는 견해다.

한 외교소식통은 "23일로 예정된 북미간 회담이 북한으로선 더욱 관심일
것"이라며 "남북한간 대화에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
이라고 내다봤다.

우리측 대표단은 아직 회담이 완전히 무산됐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

"비료지원이 완료되는 22일 이후의 북한 태도를 지켜볼것"(양영식 수석대표)
이란 입장이다.

또 북한의 회담 연기 통보는 회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북측의 통상적인
협상 전략임을 감안할 때 그다지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견해가 깔려
있다.

북한 대사관이 이날 발표한 서해교전상황과 관련한 성명도 통상적인 수준을
넘지 않고 있다.

이는 곧 차관급 회담장에서도 서해교전 상황이 상징적인 수준에서 다뤄질
것임을 시사해 준다.

이번 회담을 위해 북한측이 지원팀을 파견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분석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 아태평화위팀의 일부가
차관급회담 지원을 위해 베이징에 체류중"이라며 "차관급 회담에서 성과가
있을 것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