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연일 급락하자 정부는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1일 간부회의에서 "외환수급 상황을
상세히 분석해 보고하라"고 국제금융국에 지시했다.

현재의 수급상황으로 보면 올 하반기중 외환사정은 정부가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공급이 수요보다 1백억달러 정도 초과할 전망이다.

경상수지 흑자(2백억달러 예상)와 외국인 직접투자 및 주식투자 자금에서
외채상환 예정액을 뺀 금액이다.

수급균형을 이루려면 국내시장에서 1백억달러의 외환수요를 일으켜야 한다.

정부가 마련중인 외환수급대책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한국은행이 국내에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해 그 자금으로
달러를 사들이는 것이다.

그 규모는 7조원 정도가 검토되고 있다.

현재의 원.달러 환율(달러당 1천1백65원)로 계산하면 약 60억달러의 수요를
일으키는 셈이다.

이 방법은 시중 통화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중립적이라는게 장점이다.

일단 외평채 발행으로 통화를 환수한 후 달러를 사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채권이자라는 코스트가 발생하는 것은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 방안은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외화부실채권의 충당금을 원화가 아닌
달러로 쌓게 하는 방법이다.

시중은행들은 부실채권의 일정비율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는데 현재는
모두 원화로 쌓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이중 외화부실채권은 달러로 충당금을 쌓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20억달러 정도의 달러 수요가 창출된다.

세번째 방법은 민간금융기관들의 단기외채를 조기상환하는 것이다.

97년12월 뉴욕에서의 외채협상에서 합의된 콜옵션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당시 협상에서 한국 금융기관들은 4월과 10월 두차례 돌아오는 이자납기때
형편에 따라 외채 원금을 조기상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이 협상의 적용을 받는 금융기관 외채는 모두 1백60억달러로 이중 90억달러
는 내년 4월에, 70억달러는 2001년 4월에 만기가 돌아온다.

재경부의 구상은 이들 외채 가운데 일부원금을 오는 10월 이자를 납부때
미리 갚게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20억달러 정도는 조기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외평채 발행(60억달러) <>외화부실채권 충당금 달러 적립
(20억달러) <>민간금융기관 단기외채 조기상환(20억달러) 등의 방법을 동원
하면 1백억달러의 외환 수요가 생겨 수급이 대충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더해 일부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빌린 긴급자금(SRF)을
조기상환하는 방법도 제안하고 있다.

현재 SRF 자금은 50억달러가 남아 있으며 이중 40억달러는 올 하반기에,
10억달러는 내년초에 만기가 돌아온다.

조기상환론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10억달러를 미리 갚아버리자는 주장
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IMF 자금을 조기상환할 경우 세계은행(IBRD)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으로
부터도 조기상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IBRD 자금이나 ADB 자금은 금리가 각각 리보에 0.75%, 0.40%를 얹은 호조건
이어서 굳이 조기상환할 필요가 없는 돈이다.

게다가 IMF 자금을 조기상환할 경우 "IMF 조기졸업"이라는 성급한 안도감을
불러 일으켜 구조개혁이 지체되는 등의 간접적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