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이 은행대출업무를 대행하는 문제를 둘러싼 농협과 정보통신부간의
대립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농협은 농촌금융기반이 붕괴될수도 있다며 대정부투쟁을 선언하고 나섰고
정보통신부는 오는 7월1일부터 우체국을 통한 대출업무를 강행하겠다고 밝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농림부까지 가세해 정부부처간 대리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의 개입이 없는한
대립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의 손홍 체신금융국장은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농협의 대출금리
가 일반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우체국은 대출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은행 재원으로 우체국에서 대출을 대행하는 금리는 12.0%인 반면
농협금리는 13.25%로 상대적으로 높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이에앞서 우체국이 7월부터 한미은행의 대출업무를 대행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정보통신부에 이같은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대정부 건의문을 23일 긴급이사회에서 채택키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농협은 또 정보통신부의 이같은 조치가 일선 협동조합의 기능을 크게 위축
시켜 농촌금융체제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보고 축협.수협 등과 공조,
대정부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4일 정통부가 한미은행과 업무제휴를 맺으면서 비롯
됐다.

7월1일부터 우체국 고객이 우체국 창구에서 대출신청을 받아 한미은행에
보내면 한미은행이 대출금을 우체국 계좌로 입금해 주는 업무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예금담보와 신용대출 두가지다.

예금담보대출은 우체국 예금의 95% 범위내에서 최고 5천만원까지, 신용대출
은 2천만원까지 가능하다.

우체국은 그동안 법적인 제한 때문에 예금과 일부 상품만 취급했지 대출
상품은 다루지 못했다.

우체국으로선 고객확보에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한미은행과의 제휴로 직접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예금고객들에게 대출서비스
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통부는 올들어 우체국 예금의 비과세를 추진하는 등 체신금융분야를
강화해 왔다.

이번 제휴도 그같은 전략의 하나다.

읍 면단위 농촌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농협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다.

농협은 그동안 예금, 보험, 대출업무를 모두 취급하며 시중은행 점포가
없는 농촌지역금융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다.

8백32개의 농협중앙회 점포를 제외한 단위농협의 수만 해도 3천3백39곳
(5월말 기준)에 달한다.

우체국도 2천7백98개의 점포망을 갖추고 있지만 대출을 못하는 한계 때문에
농협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우체국이 간접적이나마 대출업무를 취급하게 되면 농협 거래고객의 상당수가
우체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초 감사원의 협동조합 감사발표와 각종 비리사건 등으로 농협이
어수선할때 2조5천억원 가량의 농협예금이 우체국쪽으로 빠져 나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농협 단위조합의 대출금리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연
12.6%다.

우체국을 통해 이용할수 있는 한미은행 대출금리(신용대출 연 12%, 담보대출
9.3%)가 더 낮기 때문에 금리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