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하루가 연기되는 등 진통 끝에 22일 열린 남북 차관급회담 첫날 회의
에서 양측은 서로간의 입장만을 확인하고 회담을 끝냈다.

우리측 대표단은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
했으나 북한은 예상대로 서해교전 사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남북한 대표단은 회담 시작 직후 수석대표 기조발언을 통해 서로 기선을
잡기위한 경쟁을 벌였다.

우리측 양영식 수석대표는 이번 회담에서 이산가족문제가 매듭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면회소 설치 등의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북측의 박영수 단장은 "서해안 교전상황이 발생한 이후 남측의
해결방식에 실망했다"면서 이산가족문제를 논의하기 앞서 서해안사태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차회담에선 북측은 우리측 대표단이 제시한 이산가족 문제 해결방식에
대해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 회담을 해나가면서 이산가족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나갈
의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또 남북 기본합의서 이행문제와 관련, 남북간 연락사무소의 정상화
및 차관급회담을 당국간 회담으로 정례화하는 문제 등에 대한 기본 입장을
전달했다.

북한은 우리측 입장을 일단 진지하게 들은 뒤 서해 교전문제를 제기했다.

서해교전사태는 남측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며 따라서 북측이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과를 전제로 회담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은 서해교전사태는 차관급회담의 의제가 아닌만큼 다른 채널을 통해
논의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편 북측은 이날 미공개약속을 깨고 중앙방송을 통해 기조발언문을 공개
하며 우리측에 엄중 항의했다.

기조연설문은 "남측의 고위당국자까지 나서 도발행위를 격려했다"며 "서해
교전사태로 북남 부상급 회담의 전도는 매우 위태롭다"고 밝혀 차관급회담의
앞날에 상당한 난항을 예고했다.

< 베이징=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