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봉 < 농협중앙회 상무 >

우체국이 대출업무를 확대한다는 것은 시장경제원리 보나 금융산업으로
보나 어불성설이다.

금융산업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조직이기주의로 밖에 볼수 없다.

첫째 정부기관인 우체국이 금융업무를 확대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칙과
자율경쟁에 어긋나는 불공정한 처시다.

국민의 정부 경제철학을 담은 DJ노믹스에서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민주적인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천명했다.

국가기관은 민간금융기관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에 진출해 민간금융을
보완하는 역할에 머물러야지 직접 민간금융기관과 경쟁하는 것은 불공정게임
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은 자금이 남아돌고 대출세일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국가기관이 대출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

둘째 농어촌이나 도시의 영세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기관을 퇴출시켜
금융공백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우체국에서는 은행이용이 제한된 농어촌주민과 도시서민을 위해 대출업무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체국이 농어촌에서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들이고 도시의
대형은행에서 조달한 싼 금리로 대출한다면 농어촌과 도시지역의 서민
금융기관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서민금융기관이 퇴출된 이후에 신용력이 미약한 농어민과 도시의 영세서민은
어디에서 금융서비스를 받으란 말인가.

셋째 우체국이 대출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법정신과 근본취지를
위반한 것이다.

체신금융의 근거법인 체신예금.보험에 관한 법률에서는 우체국이 대출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법을 위회해 특정은행의 대출업무를 대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 민간금융기관이 국가의 업무를 대리하는 경우는 있지만 국가가 특정
민간은행의 업무를 대리하는 것은 공익성이라는 견지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이같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우체국이
금융업무에서 손을 떼고 체신업무에 전념하는 추세다.

또 전쟁수행을 위해 체신금융을 확대했던 일본에서조차 우체국에서 대출
업무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국의 은행, 신용금고, 보험회사를 비롯한 전금융기관이 힘을
합쳐 우편저금확대 반대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IMF이후 각 금융기관이 힘겨운 구조조정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이때에 하필이면 국가기관이 업무확대를 들고 나오는 것은 조직이기주의로
밖에 볼수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