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도박을 하다 거액을 날려버린 피해자가 늘고 있다.

인터넷 도박으로 돈을 잃어서가 아니다.

돈을 땄지만 딴 돈은 고사하고 판돈마저 날려버리는 피해를 보는 것이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한 업체가 잠적해버린 탓이다.

이런 피해를 본 사람들은 주로 신용카드회사에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 도박이 신용카드를 이용해 이뤄지는데 따른 것이다.

신용카드사들은 "최근 인터넷 도박으로 손해를 본 고객의 문의가 한달에
30여건씩 들어오고 있다"고 밝힌다.

피해금액은 50만~1백만원 정도.

"하루에 2천달러를 떼였다"고 하소연한 사람도 있다.

인터넷 도박으로 손해를 봤으면서도 카드사에 알리지 않은 회원들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신용카드사들은 예상하고
있다.

<> 신용카드로 판돈을 낸다 =이용자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컴퓨터 또는 다른
이용자들과 실시간으로 도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인터넷으로 도박관련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은 뒤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
국적, ID만 입력하면 인터넷 도박을 즐길 수 있다.

일단 베팅을 하면 물건을 구입한 것으로 처리된다.

베팅을 한 순간 승패에 관계없이 신용카드로 물건을 산 셈이다.

<> 구매 취소로 돈을 돌려준다 =정상적인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는 도박이
끝난 고객의 대금청구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돈을 돌려준다.

A씨가 1천달러를 베팅해 1천달러를 딴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 경우 정상적인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회사는 신용카드사에 2천달러의
매출이 취소됐음을 알린다.

당연히 A씨의 1천달러짜리 구매는 취소된다.

A씨가 딴 돈 1천달러도 A씨 계좌로 입금해준다.

<> 구매를 취소하지 않고 잠적한다 =그러나 도박 사이트 운영회사가 매출이
취소됐다고 신용카드사에 알려주지 않고 잠적해버리면 딴 돈은 고사하고
판돈마저 되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가 2천달러의 매출을 취소시키지 않고 사라지면 A씨의
경우 베팅한 1천달러를 신용카드사에 갚아야만 한다.

신용카드 회사에는 A씨가 도박을 한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산 것으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 잘해야 본전치기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B씨는 인터넷으로 논문을
검색하다 우연히 도박사이트에 들어갔다.

신용카드 한도가 2천달러였던 그는 5백달러를 베팅해 2천달러를 따는 행운을
맛봤다.

도박사이트는 당연히 2천5백달러어치의 매출취소를 신용카드사에 통보해야
했다.

그러나 도박 사이트는 B씨가 판돈으로 건 5백달러만 매출취소를 해줬다.

결국 본전인 셈이다.

<> 한번 들어가면 미로를 헤매게 된다 =음란사이트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하나의 사이트에 들어갔을때 그곳에서 수시로 다른 음란사이트가 작은 창으로
뜨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도박사이트도 마찬가지.

도박 사이트끼리 서로 연계돼 있어 하나의 도박 사이트에 들어가면 수많은
다른 도박 사이트가 작은 창으로 얼굴을 내밀고 이용자를 유혹한다.

자극적인 화면과 현란한 도박장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Free! Free!"라고
외치며 호객행위를 해댄다.

사용자가 이런 유혹에 말려들면 십중팔구 가상공간에서 길을 잃게 된다.

<> 다시 찾아갈 수도 없다 =인터넷 도박을 할 때 보통 외국 검색엔진에서
"casino"를 검색한다.

피해를 봤을 때 이렇게 찾아간 사이트는 쉽게 그 사이트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수시로 떠오르는 작은 창들이 보여주는 사이트에 들어갔다면 그
사이트를 다시 찾을 길은 사실상 없다.

최종적으로 자기가 도박을 한 사이트의 주소는 잊어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대금 청구에 문제가 생겨 다시 검색엔진을 아무리 뒤져도 자기가 도박을 한
사이트가 어느 구석에 박혀있는지 찾기가 쉽지 않다.

주소를 바꾸거나 홈페이지를 새로 꾸며 다시 찾지 못하도록 해뒀기
때문이다.

<> 대책은 없나 =신용카드 업체들은 "외국 제휴사의 가맹점을 일일이 확인해
도박업체인지를 확인하기란 곤란하다"며 "도박 사이트들은 대부분 일정기간
운영되다 잠적해 버리기 때문에 돈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운좋게 회수할 수 있더라도 1개월 이상 걸린다는 것이다.

신용카드관계자들은 "신용카드사가 인터넷 도박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아예 그런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 박민하 기자 hahah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