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 ''경제학은 없다''
저자 : 미셸 무솔리노
역자 : 김찬우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사
가격 : 7,5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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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기와 함께 우리는 문명사적 대전환을 맞고 있다.

우리는 경제환경 변화가 심하고 불확실할수록 경제학자들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걸고 그들의 고견에 귀를 기울여 왔다.

그런데 우리의 생각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게 하는 책이 발간돼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경제학은 없다"(미셸 무솔리노 저, 김찬우 역, 한국경제신문사, 7천5백원)
가 그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주류경제학과 경제학자들의 역할, 능력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한마디로 "경제학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학의 핵을 이뤄온 이론들이 허위였음을 밝혀내고 이 모든 경제학이
사기였다고 고발한다.

실천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은 사용 가능한 결정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을 때만 유용성을 갖는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경제사는 끊임없이 잘못된 예측으로 점철돼왔다.

경기가 호황과 불황을 거듭하는 동안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맞았던 적은 별로
없다.

그런데 경악의 순간이 지나면 수 천 가지의 현학적 위기탈출 방법을 고안해
준다.

그나마 뒤늦게 일러준 방안들도 다 잘못된 것임이 밝혀진다.

당대에 유명했던 경제학자들의 예측도 틀리기는 마찬가지다.

맬서스, 리카도, 마르크스 등 대경제학자들도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예측을
자주 내놓았다.

현대의 피셔, 슘페터, 갤브레이스, 노벨상을 받은 사뮤엘슨도 다가오는
위기를 예측하기에는 무리였다.

저자는 20세기 핵심 경제이론들을 사정없는 비판한다.

가장 합리적인 시장으로 인식되는 주식시장에 대한 그의 시각도 다분히
회의적이다.

증시에서 한사람의 성공을 다른 사람의 어리석음의 결과로 본다.

이 책에서는 "세이의 법칙" "필립스 곡선" "비교우위의 법칙" "래퍼의 곡선"
등 수많은 경제법칙들의 허구성이 드러나며 실업과 생산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지적돼 있다.

자유시장경제의 천국으로 여겨지는 미국 경제의 실체도 적나라하게
파헤쳐진다.

그렇지 않아도 21세기의 경제환경은 엄청난 질적 변화 (Paradigm Shift)를
하기 때문에 당면 문제를 기존 경제이론으로 풀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전통 경제학이 전제로 했던 가정(Assumption)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생산요소인 자본, 노동, 토지보다 지식과 정보가 더 중요해지고
이때문에 수확체감이 아니라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어 새로운
이론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처럼 기존 경제이론의 허구성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경제학도의 불굴의 용기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다른 학자의 경제이론을 반박하는 책이나 논문은 많이 보아
왔으나 경제학 자체를 비판하는 책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경제이론을 탐구하는 경제학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경제학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다시
한번 냉철하게 생각하는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장 >

"낡은 경제학은 박물관으로. 경제학 교과서 다시 써야 한다"

미국 경제학자들이 수수께끼에 매달려 진땀을 흘리고 있다.

실업률이 29년만의 최저수준(4.2%)까지 떨어졌는데도 기업 인건비 부담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실업률이 하락하면 임금 상승률은 높아진다"(필립스 커브)는 정설이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의 수요.공급 원리와도 상충된다.

경제학 교과서에 "인플레를 동반하지 않는 실업률 하한선은 5.5%"라고
정의돼 있지만 미국 실업률이 2년넘게 4%대 초반을 유지하는 동안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1%대에 머물렀다.

일부 학자들은 이같은 이변의 연속을 "신경제(New Economy)"라는 말로
표현한다.

기존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여러 설이 분분하지만 경제의 글로벌화, 정부 규제의 전면적 철폐, 인터넷
등 정보화기술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제 "높은 세율은 세금 총액을 감소시킨다"는 래퍼곡선을 믿는 사람은
없다.

21세기에는 더욱 심각한 이변이 속출할 것이다.

그래서 경제학 교과서는 없고 참고서만 난무할지 모른다는 우스개소리도
나온다.

그렇지만 지금 "헷갈리는" 경제학자들도 "지구촌이 곧 미국중심의 신경제
혁명에 동승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너나없이 동의하고 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