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식 자본주의..박원암 <홍익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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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조선의 위대한 경제학자이다.
그는 19세기의 세계적 풍랑을 예견하고 유배지에서 스러져가는 조선을
살리기 위한 저술과 강론에 매진하였다.
19세기는 서양의 자본주의와 국민주의가 꽃을 피우던 시기이다.
다산은 서학을 배우고 조선을 근대화시키려는 실학의 전통을 이어 받아
18년 유배생활동안 실학을 집대성하고 "경세제민"의 사상을 갈고 닦았다.
그는 정치기구의 개혁과 지방행정의 쇄신, 농민의 토지균점과 수확의 공평한
분배, 노비제의 폐지를 주장하였다.
다산이 서학을 배우고 조선을 개혁하자고 주장한 지 거의 두 세기가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학을 배우고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세상은 더 좁아지고 서양은 더욱 바짝 우리 곁으로
다가섰다.
우리도 그동안 많이 서구화되어서 이제는 다산을 읽는 사람보다 그와 동시대
인물인 아담 스미스를 읽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젊은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다산을 이름으로만 알고 있다.
얼마전 다산 연구에 많은 업적을 남기신 홍익대 정윤형 교수님이
돌아가셨다.
생전에 정 교수님이 다산의 "경세유표"를 설명하셨지만 필자는 다산의
토지개혁사상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다산을 가르치지 못하고 아담 스미스의 시장경제 사상을
가르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저명학자의 최근 논문을 바로 받아보는 세상에서 민족의
스승인 다산을 가르치지 않고 시장 경제의 아버지인 아담 스미스만 가르친다
고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새삼스럽게 다산을 떠올리는 것은 그가 2백년전 자본주의가 만개하려는
시점에서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고 또 걱정한 대선배 경제학자였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지 20세기에 자본주의와 경쟁했던 파시즘,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모두 쇠퇴하고 세계는 다시 19세기의 자본주의로 돌아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적들이 사라지면서 경쟁상대가 없어진 자본주의가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세상은 빠르게 시장원리의 지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자본주의화한다고 모두 똑같은 색깔로 변하지 않으며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변화를 따르는 세력이 있는가하면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도 있다.
영국의 자본주의가 독일에 가면 독일식 자본주의가 되고, 일본에 가면
일본식 자본주의가 된다.
새로운 국제경쟁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우리가 표방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도 우리 땅에서 우리 손으로 만들게 되므로 결국 한국식 자본주의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시스템의 문제는 97년말 외환위기를 통하여 드러났다.
한국식 자본주의는 흔히 "연줄 자본주의"로 불리고 있는데 이는 시장의
가격기능에 의해 자원을 배분하기보다는 혈연 동문 지역 등 각종 연고에
의해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다.
우리도 우리 사회가 경쟁보다는 끈끈한 정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경쟁이라고 하면 서양에는 없는 과열입시와 자격증시험 경쟁이 있을 뿐,
한번 관문을 통과하면 이후에는 연줄과 인연으로 움직이게 된다.
연줄 자본주의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일본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자 정부와
은행과 기업간의 연계와 협조를 근간으로 하는 일본 주식회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었다.
시장은 성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기도 하는데 당시에는 독일이나
일본식 자본주의가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데 있어서 영미식 자본주의보다
우수하다고 평가됐다.
또 올해 동아시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미국식 자본주의를 아시아에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견해가 다시 지지를 얻고 있다.
영미식 자본주의가 세계의 통일된 규범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많은 사람들이 다가오는 21세기를 영미식
자본주의의 시대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경제 법칙에 의해 새로운 경제 게임을 하는 새로운 시대는 이미
열렸으며 새로운 세계의 일원이 될 것인가의 선택만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세상이 바뀌면 과거가 통하지 않는다.
과거에 고도성장을 하였다고 새로운 시대에도 고도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정경유착, 재벌, 관료의 우리 식 체제가 과거에는 나름대로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지만 앞으로는 어떤 기여를 하게 될지 멀리 내다보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유난히 한국적인 것을 사랑하며 폐쇄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에서 경쟁하기를 좋아한다.
박세리 박찬호 보도가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으며 노벨상의 염원도
대단하다.
한국식 "김치 자본주의"가 세계에 매운 맛을 보이는 자본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새로운 시대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변모하여야 한다.
오늘 다산이 살아 계신다면 아마 새로운 시대에서 민족번영을 누리기 위한
개혁을 외치셨을 것이다.
그도 후학들에게 아담 스미스를 말씀하셨으리라 생각한다.
< wapark@wow.hongik.ac.kr >
-----------------------------------------------------------------------
<> 필자 약력 =<>서울공대 졸업
<>미국 MIT대 경제학 석.박사
<>KDI 연구위원 역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
그는 19세기의 세계적 풍랑을 예견하고 유배지에서 스러져가는 조선을
살리기 위한 저술과 강론에 매진하였다.
다산은 서학을 배우고 조선을 근대화시키려는 실학의 전통을 이어 받아
18년 유배생활동안 실학을 집대성하고 "경세제민"의 사상을 갈고 닦았다.
그는 정치기구의 개혁과 지방행정의 쇄신, 농민의 토지균점과 수확의 공평한
분배, 노비제의 폐지를 주장하였다.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학을 배우고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세상은 더 좁아지고 서양은 더욱 바짝 우리 곁으로
다가섰다.
우리도 그동안 많이 서구화되어서 이제는 다산을 읽는 사람보다 그와 동시대
인물인 아담 스미스를 읽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얼마전 다산 연구에 많은 업적을 남기신 홍익대 정윤형 교수님이
돌아가셨다.
생전에 정 교수님이 다산의 "경세유표"를 설명하셨지만 필자는 다산의
토지개혁사상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가르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저명학자의 최근 논문을 바로 받아보는 세상에서 민족의
스승인 다산을 가르치지 않고 시장 경제의 아버지인 아담 스미스만 가르친다
고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새삼스럽게 다산을 떠올리는 것은 그가 2백년전 자본주의가 만개하려는
시점에서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고 또 걱정한 대선배 경제학자였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지 20세기에 자본주의와 경쟁했던 파시즘,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모두 쇠퇴하고 세계는 다시 19세기의 자본주의로 돌아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적들이 사라지면서 경쟁상대가 없어진 자본주의가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세상은 빠르게 시장원리의 지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자본주의화한다고 모두 똑같은 색깔로 변하지 않으며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변화를 따르는 세력이 있는가하면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도 있다.
영국의 자본주의가 독일에 가면 독일식 자본주의가 되고, 일본에 가면
일본식 자본주의가 된다.
새로운 국제경쟁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우리가 표방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도 우리 땅에서 우리 손으로 만들게 되므로 결국 한국식 자본주의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시스템의 문제는 97년말 외환위기를 통하여 드러났다.
한국식 자본주의는 흔히 "연줄 자본주의"로 불리고 있는데 이는 시장의
가격기능에 의해 자원을 배분하기보다는 혈연 동문 지역 등 각종 연고에
의해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다.
우리도 우리 사회가 경쟁보다는 끈끈한 정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경쟁이라고 하면 서양에는 없는 과열입시와 자격증시험 경쟁이 있을 뿐,
한번 관문을 통과하면 이후에는 연줄과 인연으로 움직이게 된다.
연줄 자본주의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일본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자 정부와
은행과 기업간의 연계와 협조를 근간으로 하는 일본 주식회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었다.
시장은 성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기도 하는데 당시에는 독일이나
일본식 자본주의가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데 있어서 영미식 자본주의보다
우수하다고 평가됐다.
또 올해 동아시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미국식 자본주의를 아시아에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견해가 다시 지지를 얻고 있다.
영미식 자본주의가 세계의 통일된 규범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많은 사람들이 다가오는 21세기를 영미식
자본주의의 시대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경제 법칙에 의해 새로운 경제 게임을 하는 새로운 시대는 이미
열렸으며 새로운 세계의 일원이 될 것인가의 선택만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세상이 바뀌면 과거가 통하지 않는다.
과거에 고도성장을 하였다고 새로운 시대에도 고도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정경유착, 재벌, 관료의 우리 식 체제가 과거에는 나름대로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지만 앞으로는 어떤 기여를 하게 될지 멀리 내다보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유난히 한국적인 것을 사랑하며 폐쇄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에서 경쟁하기를 좋아한다.
박세리 박찬호 보도가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으며 노벨상의 염원도
대단하다.
한국식 "김치 자본주의"가 세계에 매운 맛을 보이는 자본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새로운 시대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변모하여야 한다.
오늘 다산이 살아 계신다면 아마 새로운 시대에서 민족번영을 누리기 위한
개혁을 외치셨을 것이다.
그도 후학들에게 아담 스미스를 말씀하셨으리라 생각한다.
< wapark@wow.hongik.ac.kr >
-----------------------------------------------------------------------
<> 필자 약력 =<>서울공대 졸업
<>미국 MIT대 경제학 석.박사
<>KDI 연구위원 역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