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간 골프일지를 적어온 골퍼라면 어떤 타입일까.

매사에 꼼꼼한 "정리의 달인", 아니면 편집증 환자?

골프장에 나설때는 복장색깔이 클럽 및 가방과 조화를 이뤘는지 다시 확인해
보는 유형일까.

영국의 미술품거래상 앵거스 로이드와 미국의 변호사인 짐 운러는 그런
성격들의 총화다.

두 골퍼는 지난 50여년간 6천여 라운드의 골프일기를 적어왔다.

63세인 로이드는 6세때 골프를 시작, 13세때인 지난 49년 9월18일부터
골프일기를 적었다.

스코어와 날씨 복장, 그린과 페어웨이 적중률, 그날의 양호한 샷 등을
기록했다.

"그 홀에서 티샷을 아이언으로 했더라면..."

식으로 코멘트와 전체 경기내용도 곁들였다.

또 아내 완다와의 골프데이트에 대한 추억도 담았다.

총 6천3백라운드를 기록한 그의 골프일지는 노트 24권의 방대한 분량.

로이드는 지금 핸디캡 6으로 승률 66%를 자랑하는 수준급 골퍼다.

"경쟁심이 많아 승패를 적어두는게 좋을 것 같아서 기록을 시작했다"는
것이 그의 변.

부인은 "골프에만 관심있는 지독한 이기주의자"라고 그를 폄하한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모두 이해한다는 뜻의 미소가 번졌다.

짐 운러의 골프일기는 지난 44년 고교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프로로부터 골프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듣고 라운드 내용을 적기 시작한
것이 습관으로 굳어졌다.

홀별 스코어, 함께 경기한 골퍼들, 최소타를 친 사람 등이 2백50쪽의
바인더일지에 빽빽이 기록돼 있다.

그는 일지를 가끔 뒤적여보면서 자신의 골프발전사와 애버리지 변천사를
훑어본다.

47년 반려자인 부인 폴라는 "지나치게 소심하다"고 그를 말한다.

하지만 "핸디캡을 갖고 장난치지 않는 공정한 신사"라는게 주변의 평가다.

< 유재혁 기자 yoo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