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의 반도체생산업체인 NEC와 2위의 히타치제작소가 메모리반도체
(D램반도체) 부문을 합병키로 했다는 소식은 세계반도체산업의 환경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실감케 한다.

두 회사는 오는 12월까지 개발.설계분야의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이어
생산공장의 공동활용 등 메모리반도체의 모든 분야에서 합작할 방침이라고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반도체사업부문의 완전통합도 추진키로 했다는 것이다.

한때 세계 최대의 반도체업체였던 NEC와 세계4강 중 하나였던 히타치가
경쟁관계를 청산하고 공조체제를 구축하게 된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44.6%나 줄어 세계4위로 전락한 NEC나
매출이 46.9% 감소하면서 4위에서 9위로 처진 히타치나 모두 생존을 위한
벼랑끝의 선택이라고 할수 있다.

사실 일본업체들이 주력제품인 64메가D램의 현물시장가격이 5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출혈경쟁상황에서 한국이나 미국업체보다 훨씬 높은 생산비용으로
경쟁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NEC와 히타치가 합작을 통해 반격에 나설경우 한.일 간에는 치열한
선두다툼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대용량 고속제품기술과 극소 프로세서기술 등 최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 두 일본회사가 합작을 하면 전문인력과 생산시설을 공유함으로써 그동안
과다한 임금과 생산시설과잉으로 뒤떨어졌던 가격 경쟁력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업체들은 신규라인 증설을 통해 가격경쟁력 우위를 계속
지킨다는 전략이지만 이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지난 96년과 같은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폭락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우리의 반도체산업이 경쟁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메모리분야의 선두
자리를 고수하는 일은 소홀히 해서는 안될 1차적 과제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분야, 특히 새로운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스템 LSI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변신이 필요하다.

비록 일본과 같은 자발적 합작과는 거리가 있지만 빅딜형식의 구조조정을
통해 핵심역량의 강화를 꾀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업계는 이번 NEC-히타치
합작으로 중대한 전기를 맞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통합절차를 밟고 있는 관련기업들은 하루빨리 인수작업과 라인정비를
마무리하고 인력과 시설을 효율적으로 가동해 반도체산업의 메가경쟁
(Mega Competition)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