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한국투자신탁의 간판급 펀드매니저 한사람이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올들어 벌써 4명째다.

펀드매니저의 명성에 따라 수백억 수천억원의 자금이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투신으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대한투신에서도 올들어 팀장급 펀드매니저 8명이 다른 회사로 스카우트됐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의 펀드매니저 이탈은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

"열에 아홉은 스카우트 제의만 오면 자리를 털고 있어설 것 같은 분위기"
라고 한국투신의 한 펀드매니저는 전한다.

펀드매니저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한국투신과 대한투신.

이들 두 회사는 펀드매니저의 이탈에 속수무책이다.

능력에 걸맞은 대우를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 "가지말라"고 잡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한투와 대투의 10년차 팀장급 펀드매니저 연봉은 4천만원을 밑돈다.

제조업체에 비교하면 적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대그룹계열 투자신탁운용회사나 자산운용사에서는 기본급만 1억원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기본급 1억원에 플러스 알파를 제시하니 누군들 움직이고
싶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차입금 2조원이상인 한투와 대투는 현재 금융감독원의 지도아래 자구노력을
하는 중이다.

분기별로 회사의 모든 비용을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한 임원은 "전체 비용이 통제되고 있는 마당에 펀드매니저만 임금을 올릴
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펀드매니저 임금을 올려주면 다른 직원의 임금을 깎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질의 펀드매니저가 경쟁사로 스카우트되더라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광고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금감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경쟁업체에 비해 여건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주가상승과 간접투자시장의 확대로 한투와 대투는 부실을 만회할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

간접상품시장은 올들어서만 무려 25조원가량 커졌으며 이같은 신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투와 대투는 이 기회를 잘 이용하면 부실을 깨끗이 털고 우량회사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회사는 구조조정이라는 미명아래 "손발"이 꽁꽁 묶여 있다.

부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용을 최대한 줄여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여기에는 인력감축과 사업영역축소가 동반된다.

금감원이 한투나 대투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의 증시여건을 감안할 때 이같은 방법이 최선인지는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한두푼 아끼는 것 보다 돈을 많이 벌어 빚을 빨리 갚을 수 있도록 손발을
풀어주는게 정상화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투신 구조조정에 대한 감독당국의 시각이 달라져야 할 때다.

< 장진모 증권부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