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의 하나로 고급 예식장 이용을 금지하자
호텔, 공항터미널예식장 등 고급 예식장에 예약취소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25일 호텔 및 예식장 업계에 따르면 준수사항 해당자인 과장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물론 하위공무원, 대기업 임원들로부터도 예식장 사용 취소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9일부터 예식영업이 허용되는 서울지역 12개 특급호텔
들은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계약건수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H호텔의 한 관계자는 "예식영업이 호텔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만 실제
계약한 건수는 연말까지 단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직자 10계명 발표전에는 가격이 얼마냐는 문의나 들어왔지만
최근에는 문의조차 뚝 끊겼다고 덧붙였다.

이미 예약된 결혼식을 취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주말인 19일 강남의 한 호텔 예약실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오는 8월에 있을 결혼 예약을 취소하겠으니 예약금을 돌려달라는 한 공무원
부인과 돌려줄 수 없다는 호텔측간 실랑이였다.

호텔 관계자는 "8월이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다 비수기라서 예약이 취소
되면 다른 예약으로 메꾸기 어렵다며 가격을 대폭 할인해준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그렇지 않아도 호화호텔에서 결혼하면 세무조사를
한다는 소문마저 퍼지고 있어 남의 눈에 띄기 싫어하는 기업인들로부터
예약취소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9월에 공항터미널 예식장에서 결혼하기로 상대방
집안하고 날짜까지 잡아놨는데 공직자 10계명 발표 이후 예약을 취소했다"며
"허름한 예식장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