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사학교원연금등 4대 공적연금이 2조원이 넘는 돈을 내년
예산에서 지원해달라고 기획예산처에 요청했다는 보도다.

이는 올해의 1조9천억원보다 8.6% 늘어난 규모라고 한다.

이번 적자보전 요청이 처음있는 일은 물론 아니고 따라서 놀랄 일도 아니다.

또 이들 연금의 재정상태를 보더라도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당장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군인연금의 경우 이미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75년부터 적자를 보아왔고
공무원 연금도 내후년이면 고갈된다는 것이 거의 확정적인 사실이다.

사학연금도 2016년이면 더이상 지급할 자금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국민연금조차 시간이 문제일 뿐 눈덩이 적자가 필연적이라는 것도 알려진
그대로다.

공적 연금들이 이처럼 예고된 파산행로에 들어서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내는 것보다 타가는 것이 많도록 한" 설계상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납부금 대비 연금액은 국민연금이 2배 이상,
공무원 및 사학연금은 3배 이상, 그리고 군인연금은 5배에 이른다는 것이니
이런 시혜적 구조하에서 연금재정의 파탄은 처음부터 예고됐던 셈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연금제도를 언제까지 그대로 끌고 갈 수 없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연금의 부실이 정부재정을 흔들고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제도 마비시킨다는
것은 선심성 연금 제도로 국가재정을 파탄시켜간 남미의 사례에서도 입증된다
할 것이다.

더욱이 공무원 군인 교원등 특정 직역에 지급되는 연금액을 매년 다수대중의
세금을 통해 보전하는 것은 더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연금은 보험과 마찬가지로 납부자와 수혜자의 동질성이 유지되어야 하고 또
독립재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이는 지난 4월 가입자 범위가 자영업자로까지 확대되면서 소득역진성 논란을
빚고 있는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시혜적 구조로는 공적 연금의 장기적인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을 통해 연금제도 개혁방안을 마련중이라고는 하지만
지급률 조정은 물론 연금관리 시스템의 개혁, 일부 연금의 통합등 보다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호텔이나 골프장등 무수익 사업에 연금을 투자하는등 연금운영 주체들의
비효율적 운영 행태가 개선되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한가지 첨언해 둘 것은 한번 잘못 설계된 연금은 다음 세대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결코 단기적인 정치적 계산에 의해 이를 왜곡시켜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