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차관급회담의 2일차 회의가 회담장을 차이나월드 호텔로 바꿔 26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속개된다.

남북한 대표단은 25일 두차례 전화접촉을 갖고 2일차 회의의 회담일정을
이같이 결정했다.

전화접촉 이외의 실무접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날 전화접촉에서 북한측은 회담이 열리는 동안 회담장인 켐핀스키 호텔
입구에 게양돼 있는 태극기를 내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우리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 결국 회담장을 차이나월드 호텔로 바꾸게 됐다.

<> 회담장을 변경한 경위 =1차 회담장이었던 켐핀스키 호텔은 대우가
25%의 지분을 보유,태극기를 호텔 입구에 게양하고 있다.

북한측은 태극기가 걸려있는 상황에서 회담장에 들어가기가 거북하다며
태극기를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1차 회의땐 비가 내려 자연스럽게 이 문제가 해결됐었다.

우리측은 대안으로 태극기와 인공기를 같이 게양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북측은 그러나 회담이 국제회의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이같은 방안도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우리측은 회담장을 제3의 장소인 차이나월드 호텔로 할 것을 제의,
북측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회담 도중에 회담장을 바꾸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 회담 전망 =북에 억류돼있던 민영미씨의 석방으로 차관급 회담의 전망은
한층 밝아진게 사실이다.

일단 회담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됐다는게 우리측
대표단의 분석이다.

우리측 대표단은 2일차 회담에서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합의사항을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차관급 회담은 상당히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2일차 회담의 가장 큰 변수는 "서해교전사태"에 대한 북한측의
언급수위와 2차 비료지원문제로 압축된다.

일단 서해교전사태는 북측의 언급수위에 달려 있다.

북측 대표단이 어떤 강도로,어떤 자세로 이를 거론하느냐가 북의 진의를
점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2차 비료지원 문제는 보다 복잡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는 이미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실질적 진전
없이는 2차 비료지원은 없다"는 "탄력적 상호주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제는 북한측이 정부의 "탄력적 상호주의"를 트집잡는 경우다.

북측이 비료지원과 차관회담의 연계를 합의사항 위반이라고 주장할 경우
회담은 자칫 꼬일 수 있다.

우리측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측과 논쟁은 피하고
실무적인 협의만 하겠다"며 "2일차 회담이 이번 차관급회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베이징=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