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년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취임한 장쩌민(73) 국가주석이 24일로
집권 10년을 넘겼다.

장 주석은 톈안먼 민주화요구 시위 유혈 진압 직후인 지난 89년 6월24일
중국공산당 제13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당시 총서기였던 자오쯔양
이 시위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자 당총서기에 올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를 톈안먼 사태가 낳은 행운아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중국 지도자중 10년 이상 당총서기 등 권력을 장악한 인물은 마오쩌뚱
이후 장 주석이 처음이다.

장 주석은 이제 마오쩌뚱이나 덩샤오핑처럼 강력한 권위를 가진 지도자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집권초기만 해도 "덩샤오핑의 인형"으로 통했다.

국민들도 불룩한 배에 손을 포갠채 너털웃음을 짓는 그를 "하오하오
(마음좋은)선생"으로 불렀다.

그는 문학과 예술에도 관심이 많은 호인이다.

따라서 "건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뚱이나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
같은 카리스마는 없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을 향한 전방위 외교와 반부패운동과 경제개혁 등으로
"제2의 건국의 아버지" 자리로 다가서고 있다.

그는 그동안 전방위 외교를 통해 중국이 "21세기의 슈퍼파워"라는 인식을
세계에 심어줬다.

경제부문에서는 사유경제의 위상을 격상시키는 등으로 합격점을 받고 있다.

그는 90년대초 옛소련과 동구에 자유화바람이 불었을때 정치개혁은 접어
두고 경제개혁에 매진, 오늘날 중국이 "슈퍼파워"가 될수 있는 초석을
깔았다.

국영 중국중앙TV(CCTV)는 24일 저녁 뉴스시간을 맞아 황허강 시찰에 나선
장 주석이 주민과 지방 공무원들과 대화하는 모습 등을 방영했다.

방송은 장 주석이 집권 10년째를 맞았다는 말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장 주석이 주민들에게 사회발전은 경제개발 및 환경보호와 연계돼야 한다고
호소하는 말을 중계했다.

장 주석은 작년 50년만의 대홍수로 수천명이 사망하고 수백만명이 집을
잃자 인민해방군의 활동 등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자신의 인기를 끌어
올렸다.

물론 그가 이룩한 슈퍼파워 중국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경제개혁의 부산물인 실업사태가 두통거리다.

국영기업과 중앙정부에 대한 개혁가속 등으로 매년 실업자가 1천만명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지난달부터 수출이 늘어나고 국내 소비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장 주석의 앞날은 밝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