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는 꿈의 공간이다.

깊은 산속에 강과 바다가 있고 짙푸른 파도가 넘실댄다.

졸리로저(해골이 그려진 해적기)를 유유히 휘날리는 해적선도 등장한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16세기 스페인의 식민지 정취가 용인의 야트막한 구릉
지에 재현된 것이다.

일상적 관념의 허를 찌를 파격적 발상이다.

캐리비안 베이는 물을 주제로 한 새로운 개념의 놀이공원이다.

3만6천여평의 부지에는 시공을 넘어선 조형물들이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다.

전체적 배경은 16세기 스페인 카브리해다.

캐리비안 베이는 크게 6개의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입구광장의 선박촌(Harbor town), 주건물과 스페인 식민지 마을(Main
building "Aquatic Center"& Spanish Colonial Village), 파도풀과 해안촌
(Wavepool&Beachfront Village), 야외무대와 휴게공간(Stage&Habor Master),
오래된 항구(Old Harbor), 수상신전과 폐허(Water Temple&Lost Ruins)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 지역은 각각 소주제에 따라 공간구성을 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스페인과 카리브해"라는 대주제의
흐름속에 있다.

입구광장의 "선박촌(Harbor Town)"은 방문객들의 유입공간이다.

서너척의 범선이 먼 항해를 끝내고 정박해 있는 풍경을 연출했다.

관람객들은 일단 여기서부터 카브리해의 어느 항구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강한 첫인상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항구를 지나면 스페인풍의 주건물이 나선다.

아기자기한 모양의 창문과 굴곡 심한 겉모양은 영락없는 동화속 궁전이다.

건물색채도 따뜻한 지중해에 맞게 오랜지색과 백색이 주조다.

주건물은 실외 파도풀과 함께 캐리비안 베이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다.

주건물은 밖에서 보면 5층으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놀이시설이 있는 안에 들어오면 일체의 층구분이 없다.

거대한 통합 공간에 놀이시설을 배치했다.

수십개의 시설물과 조경요소들이 그저 적당한 위치에 널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관람객은 5층 높이의 건물을 피로감 없이 그냥 즐겁게 돌아다닌다.

수직적 공간감의 부담을 수평적으로 무력화시킨 탁월한 공간구성 돋보인다.

거대한 실내공간에는 둔탁한 기둥이 없어 시원한 공간감이 느껴진.

천장은 파이프로 짜마친 기하학적 조형미가 아름답다.

이 천정공간의 조형미는 넓다란 실내공간의 밋밋함을 상쇄시키는 활력소다.

이런 공간환경은 주건물의 다양한 놀이시설에 또하나의 즐거움을 보태준다.

주건물에는 캐리비안 베이를 세계적인 놀이시설로 부각시킨 유수풀이 배치돼
있다.

유수풀은 흐르는 강물을 본따서 만든 풀이다.

이곳 유수풀의 특징은 외국의 유수풀과 달리 실내.외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한겨울 함박눈 속에서도 풀장에 몸을 맡길 수 있다.

캐리비안 베이에서 실외공간의 핵심은 파도풀과 스페인 카브리해 스타일의
"수상신전(Water Tample)"이다.

실외 파도풀은 캐리비안 베이의 하이라이트다.

인공파도를 만들어 즐기는 공간이다.

파도풀장 서측에는 스페인식 건물이 솟아있다.

북측에는 암초에 걸린 모양의 스페인 범선을 세웠다.

공원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상징이다.

파도풀장 옆에 이처럼 과장된 요소들을 배치한데엔 속뜻이 있다.

파도풀장은 자칫 단순한 물놀이 공간으로 남을 수 있는 곳이다.

이 점을 극복하고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위해서다.

과장은 있지만 재미있게 봐줄 수 있다.

놀이공원에서 과장은 그 자체가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수상신전은 바위투성이의 해안에 자리잡은 요새를 연상시킨다.

수상신전의 기둥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신화속의 해양생물이다.

이렇듯 소재가 다양하지만 이들은 서로 튀지않고 조화를 이룬다.

설계자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파도풀 바로 옆에는 아늑한 옛항구를 연상시키는 "올드 하버"구역이 있다.

항구 성벽을 배경으로 해안에 마을과 오락시설이 가득차 있다.

그 옆에는 "잊혀진 폐허"라는 부분이 있다.

조경이 제멋대로이고 온갖 파편이 주변에 널려 있다.

의도적으로 연출된 페허다.

잠시 놀이공원의 흥분을 가라않혀주는 차분한 공간이다.

용인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는 "파격과 경이"의 공간이다.

첨단 건축기술과 인간의 상상력이 정교하게 짜맞춰진 하나의 거대한
조형예술이다.

< 박영신 기자 yspark@ >

[ 건축명세 ]

<>설계 : 컨셉설정 및 기본설계
-실외 :WHITE WATER(캐나다)
-실내 :HHCP(미국)
- 실시설계 - 엄이건축사사무소(한국)

<>시공 : (주)삼성물산 건설부문
<>규모 : 대지면적 36,000평. 시설면적(실외-30,000평, 실내-5,410평)
<>위치 : 경기도 용인군 포곡면 유운리 산72-3번지 25필지
<>공사기간 : 1994.10~1996.6
<>특 징 : 세계최대의 실내.외 복합형 워터파크.
<>전체테마 : 스페인 카리브해.
<>투자금액 : 1,014억원
<>건축주 : 삼성에버랜드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