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달말부터 슬금슬금 매물을 내놓던 외국인이 최근 들어선 매도규모를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외국인은 29일 증시에서 9백69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주말부터 3일 연속해서 매일 1천억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한 셈이다.

3일간의 상황만으로 보면 지난 97년 환란이 일어나기 직전 대규모 자금이탈
이 일어났던 때와 비슷하다.

이달들어선 모두 7천79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외국인의 이같은 매도공세에 대해 증권가에선 차익실현, 증자자금 마련,
SK텔레콤 한도확대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얼마나 팔았나 =외국인들은 6월중 닷새만 빼고 모두 매도우위를 보였다.

지난 5월 순매도(9백62억원어치)로 돌아선 뒤 매도우위가 수그러지고 있지
않고 있다.

지난 1월에 1천2백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것을 시작으로 2월에 7백29억원,
3월에 4천4백억원, 4월에 9천7백억원 어치를 사들인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고 나가는 만큼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5월이후에 미국의 뮤추얼펀드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한화증권
한동욱 대리).

빠져나가는 돈은 느는데 들어오는 돈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왜 파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게 큰 요인중 하나로 분석된다.

한국의 올 상반기 주가 상승률은 아시아국가중 최고다.

"주가가 원하는 만큼 오른 상태에서 처분하고 상대적으로 먹을 게 많은
태국 등으로 옮기고 있다"(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는 지적이다.

마침 원화가치마저 높아져 시세차익을 얻기에는 안성마춤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미국금리에 대한 불확실성도 투자자들의 발길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금리동향에 대한 우려는 6월 한달내내 장세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유상증자도 외국인의 매도를 부추긴 것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만 해도 증자규모가 1조5천억원이나 된다.

증자참여를 위한 현찰 확보차원에서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7월1일 SK텔레콤의 외국인한도가 늘어나는 것도 외국인의 현금확보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SK텔레콤의 외국인 한도확대가 실시되고 미국의 금리동향이 확실한
방향을 잡는 7월 초순께가 외국인들이 다시 한국증시로 들어오느냐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망 =외국인들의 매매동향은 상당기간 증시향방을 좌우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크게 우려할만한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지수 900을 돌파하는데 외국인은 전혀 도움이 안됐다.

투신 혼자서 해낸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외국인의 파워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지속되면 투신사의 외끌이 장세도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게 된다.

현재로선 제일은행이나 서울은행등의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등의 조치가 있어야 외국인을 다시 붙들어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