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K씨는 요즘 전자우편(E메일)을 열어 보는게 겁난다.

반갑지 않은 "불청객"들이 너무 많이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영어학원에서 보낸 "속성 회화 6개월과정", 결혼정보업체가 띄운 "짝짓기
이벤트", 정수기업체의 "30% 할인판매" 등 하루에도 10여개 이상의 각종
광고.홍보성 메일이 들어온다.

심지어 외국 쇼핑몰업체들까지 영문 메일을 보내온다.

얼마전 우연히 들른 미국의 쇼핑몰사이트는 "캐딜락을 잡을 수 있는 빅
찬스"라는 메일을 수시로 보내와 괴롭힌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는 생각에 불쾌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신문사에 근무하는 C기자는 스스로를 "E메일의 노예"라 부른다.

기사에 E메일 주소를 넣은 이후 하루에 수십통씩의 메일이 들어온다.

독자들로부터 온 메일이나 취재원이 보낸 자료도 있지만 대부분 기사와는
관계없는 것들이다.

특히 외국기업 홍보대행업체들은 C기자에게 경계대상 1호다.

매일 "보도자료"라는 이름으로 메일을 보내와 C기자를 괴롭힌다.

대부분 "OO외국기업이 세계 통신장비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OO% 높였다"는
식으로 뉴스가치가 거의 없는 내용들이다.

인터넷 인구가 급증하면서 E메일 공해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편리한 정보교환을 위한 E메일이 오히려 생활에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가
되버린 셈이다.

원치도 않은 정보를 주인 허락없이 E메일을 통해 보내는 이른바 "스팸
(spam)" 메일이 그것이다.

스팸메일이란 통조림된 햄처럼 대규모로 생산, 불특정 다수에게 뿌리는
전자우편이다.

각종 광고업체나 홍보업체, 유통업체, 학원 등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광고성 메일이 대표적이다.

특히 홍보 및 유통업체들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메일을 홍보 마케팅 수단
으로 적극 이용하면서 스팸메일의 부작용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E메일로 특정인을 집요하게 괴롭힌다는 뜻에서 "E메일 스토커"라는 신조어
까지 등장할 정도다.

일부에서는 E메일 주소만 모아 판매하는 중개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E메일을 통해 확산되는 바이러스까지 등장하면서 네티즌들은
이래저래 E메일 공포에 휩싸여 있다.

대학생인 M씨는 최근 E메일을 잘못 열었다가 혼쭐이 났다.

E메일에 첨부된 "zipped-file.exe" 파일을 연 순간 자신의 노트북에 있는
MS워드(.doc)나 엑셀(.xls) 등의 파일이 모두 날아간 것.

이 때문에 워드에 저장해 놓은 리포트 등 과제물이 몽땅 사라져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같은 E메일 공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 PC통신업체들은 스팸메일을 차단하는 서비스(go spam)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 서비스는 원하지 않는 전자우편을 받지 않도록 해준다.

스팸메일을 보내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법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정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7월1일부터는
스팸메일을 무분별하게 발송하는 사람에게 5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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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