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한진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나섬에 따라 정부가 구조조정이
미진하거나 개혁에 거부감을 보이는 보이는 재벌에 대해 경제외적인 압박
수단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재계에선 최근 청와대가 강력한 재벌개혁의지를 재천명한데 주목하고 있다.

국세청은 일상적인 조사업무로 봐달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투입된 인력규모등에 비추어 볼 때 조사강도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한진 조사를 맡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이 지난 정권시절
"특명조사"를 주로 해왔다는 점도 이번 조사의 성격을 가늠케 해주는 대목
이다.

<>.한진그룹은 지난 4월 잦은 항공기 사고와 관련,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조중훈 전 회장은 이때 형식상으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조회장 일가는 여전히 대한항공의 주식지분 25.3%를 보유하며
후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의 "타겟"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여기서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한진그룹에 이어 다른 그룹도 특별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도 "그룹 계열사에 대해서는 정기 법인세 조사가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탈세사실이 드러나면 특별조사로 전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해 추가적인 세무조사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재벌그룹의 주요 계열사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김영삼 정부시절인 지난 95년2월 SK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이후 정치적 배경에서 비롯된 세무조사는 금기시돼 왔다.

특별세무조사는 기업에 대한 공권력행사의 마지막 단계다.

다소 못마땅한 일이 있더라도 특별세무조사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만약 한진그룹에 대한 이번 세무조사가 개혁을 위한 수단이라면 이는
재벌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그만큼 확고부동하다는 반증인 셈이다.

<>.한진이 받는 특별세무조사는 일반정기조사보다 조사강도가 월등히 세다.

일반조사는 통상 회계장부와 세무신고내역을 대조해 보는 수준이다.

특별조사 때는 국세청이 금융계좌 추적권을 발동, 법인자금의 흐름을
샅샅히 훑는다.

법인통장은 물론 대주주나 경영진, 이들의 친인척, 자금 및 회계팀 직원
등 탈세에 관여했을 법한 사람들의 금융거래 내역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때문에 특별조사는 탈세규모가 크고 수법이 교묘하다고 판단될 때 이뤄진다.

< 김인식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